0623(화) 책방에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오늘은 시집 한권을 들고 왔어요. ‘갱년기 영애씨’라는 제목의 시집인데요. 

저도 직업상 많은 시집을 읽어왔지만 제목에 ‘갱년기’라는 말이 들어가는 건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간 시집이에요.

 

갱년기 영애씨...정말 특이한 제목이네요. 

뭔가 솔직한 이야기가 펼쳐질 듯한 시집인 것 같아요. 어떤 내용인가요?

말 그대로 갱년기를 겪는 영애씨라는 한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젊어서는 졸려 죽것도만 / 나이 먹응게 잠을 못 자 죽겄네잉’ 

 

전라도 사투리로 시작하는 시네요.

네. 읽다 보면 풉하고 웃게 되기도 하고, 아, 하고 뭉클해지기도 하는 그런 시에요. 

전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연극배우’ 영애씨의 삶을 잘 받아 적은 시에요. 

영애씨는 서울예전 연극과를 나와 ‘공연한다고 뭐 오살났다고’ 찾은 전주에 눌러앉게 되었는데요. 

술집 문을 연 후 첫 식사를 밤 12시에 하면서도 ‘예술’ 덕분에 버틴다는 영애씨는 

갱년기 되기까지의 삶을 누가 인정해줘서 산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어서 버텼다고 고백하죠. 

연극뿐만 아니라 둘이 먹다 죽어도 모를 맛인 ‘얼큰짬뽕순두부’라는 신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예술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사투리를 통해서 술술 나오는 영애씨의 인생담이 아주 잘 읽힙니다, 

 

아 저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시집에 등장하니까 참 반갑네요...

이 시집의 표제작 ‘갱년기 영애씨’라는 작품을 살펴봤는데요. 다른 시도 소개해 주세요. 

이 시집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시가 몇 편 있는데요. 

두 줄의 아주 짧은 시, ‘마흔 일곱’이라는 시에서는요. 

“사는 일이 오래된 가구처럼 흠집나고 흔들린다/ 자꾸 삐걱거린다” 하는 게 있었고, 

‘학소암’이라는 시에서는요, “왕벚나무는 스스로가 연등이 되어 / 조금 더 늦으면 더 큰 꽃을 피울 수 있다고 / 생명은 다 한철이라고 / 기다림이 길수록 기쁨은 산이라고” 

이런 시도 있었습니다. 왕벚나무는 스스로 연등이 되었다, 

이런 표현은 참 빛나는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쓸쓸한 표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네. 어떤 사물이나 자연을 보고 자신의 삶을 빗대어 표현한 부분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갱년기에는 남녀가 없다, 

중년이 되면 혹은 다가오면 누구나 어떤 ‘나이 듦’에 대한 돌아봄, 회한, 쓸쓸함 이런 것들이 짙게 배어있게 된다 이런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런데도 그것에 대해 너무 침잠되어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외로움과 쓸쓸함을 넘어서는 

위트도 상당합니다. 

그런데 남자도 갱년기가 있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충디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갱년기에는 남녀가 없는 것 같아요. (수다~~~~) 또 어떤 시들이 있나요.

주문진항에라는 시에서는 “사랑이 너무 무겁다”고 말하고, 

벌새라는 시에서는 “분노는 꽃 속이라도 숨길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적 있지라는 시에서는 “개에게 좋지 않을 줄 알면서 삼겹살을 구워 나눠먹었다”는 

단짠단짠한 고백도 합니다. 

그는 일부러 스스로를 ‘삼류뽕짝시인’이라고 소개하지만 ‘자운영’이라는 시에서는 

“식구들 입으로 들어가는 게 진짜”라고 말하는 생활인이기도 하죠. 

끊임없이 ‘삶이란 무엇일까?’ 되묻는 박수서 시인은 “시를 쓰면서 말로 할 수 없는 위로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56편의 시가 담겨 있는 이번 시집은 박수서 시인의 5번째 시집인데요. 

김제에서 태어난 우리 지역 출신 시인이죠. 

시집 뒤에 붙은 김영주 시인의 해설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박수서 시인이 부려놓은 중년의 쓸쓸함과 위트를 시집을 통해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