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6(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제가 지난주에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2층에 있는 책방에 갔거든요. 

그 책방에는 노동, 인권, 페미니즘 책이 주로 진열되어 있어요. 

이런 작은 동네책방에 가면 반드시 느껴보셔야 할 게 이 책방에 어떤 책이 꽂혀있나, 어떻게 분류되어 있나 이런 거에요. 

이 책방이 추구하는 가치관, 세계 이런 것들을 책을 통해 볼 수 있거든요. 

 

넓은 서가에 많은 책들이 꽂혀있는 대형서점과는 좀 다르잖아요? 

그렇죠. 동네책방은 큰 서점과는 달리 주인과 대화도 나누고 책 추천도 받고 도란도란 얘기도 하면서 취향과 정서를 나누는 그런 사랑방 같은 곳이죠. 

전주에도 이런 작은 동네책방이 한 10곳 정도 있습니다. 

대형마트 같은 대형서점이나 참고서를 판매하는 학교앞 중형서점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 일종의 주인의 책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편집숍, 큐레이션형 서점이라고 할 수 있죠. 

 

작가님이 운영하는 책방도 10곳 중 하나잖아요?

네. 제가 예술가 동료들과 전주 선미촌에서 함께 운영하는 책방도 그중 하나입니다. 

저는 주로 토요일에 있습니다. 모닝쇼 청취자님이라고 하시면 제가 더 반갑게 맞아드릴게요. 

그래서 이번에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책방에서 고른 책은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에요.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 책 제목이 뭔가 사이다네요. 

그렇죠. 우리가 살면서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이 책은 ‘세금도둑잡아라’의 사무총장 이상석씨의 활동을 되짚어보면서 예산감시운동이 왜 지금 대한민국에서 꼭 필요한 시민운동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세금 도둑 잡아라? 그런 시민단체가 있어요?

이 단체의 사무총장인 이상석씨가 2017년 몇몇 사람들과 중앙과 지방정부의 부정부패와 예산을 감시하고 고소, 고발까지 진행할 단체를 만들었어요. 

국회의 특수활동비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특수활동비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었죠.

 

아주 대단한데요. 이 단체한테 걸리면 정말 혼쭐이 나겠어요. 

이 책이 한 사람은 묻고 한 사람은 대답하는 인터뷰집 형식이라면서요?

네.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하승우씨가 방금 말씀한 ‘세금도둑잡아라’의 이상석 사무총장을 인터뷰해 정리한 내용인데요. 이 이상석씨란 분은 예산 감시와 정보공개청구에 능하고 

공무원 조직도까지 그려가면서 지방정부를 감시하는 사람으로 유명해요. 

전남에서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 F1을 열었을 때 그 추진과정을 감시해 전 도지사와 공무원을 고발한 사건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시민들이 자기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죠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거다, 라는 유명한 대사도 있잖아요. 

일맥상통한 말이겠네요. 구체적으로 이 책의 저자는 어떤 말들을 하고 있나요?

그런 도둑놈들을 잡기 위해 어떻게 파고들며 잘 잡았는지 얘기하고 있죠.(웃음) 

그런데 도둑을 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분이 하는 말씀 중 재밌는 말이 있는데, “자치단체나 자치단체장들이 비리라는 콩을 아스팔트에 뿌리고 다니는 거라면 

우리가 하는 일은 쇠젓가락으로 그걸 줍는 일”이라는 말이에요. 

쇠젓가락으로 콩을 주우려면 힘들잖아요. 그만큼 더디고요. 

그런 비유처럼 예산감시운동은 성과가 금방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2008년에 시작된 소송이 2014년까지 간 경우도 있다고요.

한 지자체에서 국제체육대회 유치를 실패했는데, 그것 관련해서 공식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를 했어요. 그랬더니 해당 지자체는 끝까지 거부했고, 

법원에서도 공개하라고 압박했지만 몇 년을 끌었죠. 

이분은 끝까지 물고늘어져 총 세 차례에 걸쳐 소송을 6년 간 제기했어요. 

마침내 대법원이 이 분의 손을 들어줘서 대형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활동비 집행 내역에 대한 확인이 가능해졌죠.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대단하네요. 

그렇죠. 열심히 돈 벌어서 세금은 꼬박꼬박 내는데 지자체에서는 국제대회란 명목으로 눈 먼돈을 펑펑 쓰면 어떻겠어요? 

그런 구체적인 내용들이 이 책에 아주 상세히 나와 있어 속이 다 시원합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지자체 사업 예산을 어떻게 감시했는지 그들과 언론의 관계는 어떠한지,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지 이런 내용들이 상세하게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집의 묘미는 그 사람의 말투 토씨까지 다 읽을 수 있다는 거죠. 생생하게요. 

 

마치 바로 앞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입체적인 느낌이 있어요. 술술 읽히고요. 

그런데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게 ‘정보공개청구제도’잖아요. 

이 제도는 1998년에 도입됐는데, 우리 모두가 많이 접근하고 있는 것 같진 같아요. 

정보공개청구가 도입된지 20년이 넘었는데 실상 이 제도가 활발하게 되려면 일단 지역사회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관심이 필수에요. 

갑자기 우리 동네에 왜 아스팔트가 새로 깔리는지, 갑자기 왜 이 동네를 관광단지로 만들려고 하는지. 해당 기관에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있지만 

매끄럽게 잘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죠. 포털창에 ‘정보공개포털’이라고 치면 바로 나옵니다. 

누구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수많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어요. 어렵지 않습니다. 

이 제도만 잘 활용해도 우리가 내는 세금의 쓰임새를 감시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