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오늘이 5월 5일 어린이 날이잖아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읽기 좋고, 부모님들이 읽어주기 좋은 동시집 1권을 소개해드리려구요. 바로 하미경 시인의 동시집 <우산 고치는 청개구리>입니다.
무려 114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여름날 개구리 우는 소리가 집안에 가득해집니다. 상상력으로 통통 튀는 동시들이 청개구리처럼 온 사방을 뛰어다니거든요.
'엑스레이 찍는 날'이라는 시에선 병원 의사선생님을 사진사처럼 대하는 아이의 말이 발랄하구요.
'별똥별'이라는 시에선 별사탕 봉지를 뜯어 와르르 입안에 쏟아진 것 같다는 표현도 무릎을 탁 치게 합니다.
이 동시집 제목이 <우산 고치는 청개구리> 잖아요. 이 책 안에 들어있는 시들 중 한편이죠.
표제작인만큼 임주아 작가님과 제가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산 고치는 청개구리 , 하미경
연잎 우산에
구멍이
났나
안 났나
청개구리 한 마리 살펴보고 있네
물방울을
깨그르르 굴려
비가
새나
안 새나
점검중이네
커다란 연잎 위에 올라간 청개구리의 몸짓을 보고, 비가 새나 안 새나 점검 중이다, 이런 표현으로 재치있게 말해주고 있네요.
이 시 옆에 그려진 큼지막한 초록 연잎과 뛰어다니는 청개구리 그림도 아주 발랄하고 귀엽습니다.
보통 동시집에는 작가들의 일러스트그림이 함께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그 그림을 직접 어린이들이 그렸다면요?
맞아요. 동시집 안에 그림을 전북 지역의 초등학생들이 그렸습니다.
하미경 시인은 초등학교에서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전주 완주 지역의 다양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그림 25점의 시집 곳곳에 펼쳐져 있어요.
아마 글쓰기 교사로 계시면서 아이들에게 동시를 읽어주고, 그림을 그려보자 하는 수업을 하셨던 것 같아요. 시인과 아이들의 뜻깊은 콜라보라 할 수 있죠.
책 맨 끝장에는 아이들의 그림을 모아서 무슨 초등학교 몇학년 누구. 이렇게 다 기록을
해두셨더라구요. 보니까 완주 봉서초등학교, 전주 기린초등학교, 남원초등학교 등 학교도
다양하고 학년도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다양하더라구요. 무튼 책에 이렇게 함께
이름을 기록한 걸 넘겨보니 아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느껴졌어요.
그렇네요. 작가들의 그림이 아닌 아이들의 그림이 들어가서 더 싱그러울 것 같아요.
아이들도 선생님 책에 내 그림이 실렸다, 이런 자랑할만한 추억도 생겼을 거구요.
그런데 이 책을 쓴 하미경 시인은 시도 쓰고 동시도 쓰는 시인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이력이 특이하죠. 하미경 시인은 201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시인이 되었고,
3년 뒤엔 <동시마중>이라는 계간지에 동시를 발표하면서 아동문학가로도 데뷔했습니다.
시도 쓰고 동시도 쓰는 시인이죠. 동심을 놓지 않는 시인이라고 해야 될까요.
저도 실제로 뵌 적이 있었는데 정말 티없이 맑은 어린이 같은 미소를 갖고 계셔요. 어른 중에서도 말과 표정이 둥글둥글하고 말랑말랑한 분들이 있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은 얼굴에서도 그런 맑은 티가 나나봐요.
오늘은 어린이날 기념해서 아이들과 동시집 한 권 읽고 또 같이 그림도 그려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네요.
오늘이 어린이날인 만큼 오늘의 의미를 되짚어주신다면요.
세계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입니다.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인상적인 말이 있습니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 어른들에게 전하는 8가지 당부 사항이 담겨있는데요.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어린이에 대한 존중을 부탁한 거죠.
오늘은 아흔여덟번째 맞이하는 어린이날, 어린이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