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1(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지난주 목요일은 우리가 함께 맞는 여섯번째 4월 16일이었습니다. 벌써 6주기. 

4월이면 잊을 수 없이 돌아오는 그날처럼 아이들의 생일도 약속처럼 돌아옵니다. 

4월이 가기 전에 함께 읽었으면 하는 책, 단원고 학생들의 육성 생일 시모음집 <엄마. 나야.>를 소개합니다. 

 

총 서른네 명의 단원고 아이들 목소리와 총 서른네 명의 시인들 목소리가 만나 한 권의 시집을 묶어냈다고요.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인 34명이 쓴 ‘생일시’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안산에 치유공간을 마련해 유가족을 정신 상담을 돕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과 심리기획가 이명수씨 부부가 

학생들의 생일에 맞추어 시 한 편씩을 시인에게 청탁하고 유족과 친구들이 모인 생일잔치에서 모두 함께 낭독하는 방식으로 헌정된 프로젝트입니다. 

시인들은 사전에 유족·친지들이 학생에 대해 쓴 글과 사진 등 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최대한 아이의 목소리에 가까운 시를 쓰려 노력했습니다. 

 

정말 의미 있는 프로젝트네요. 꼭 필요한 기록이기도 하고요.

아이들 부모님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잘 있다는 말 한마디만 들을 수 있으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인들 꿈에라도 자기 아이가 나왔다고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걸 확인하려고 합니다. 

박성호 학생의 생일시를 쓴 박성우 시인도 “평소 안 마시던 술을 마셔야 했을 정도로 아프고 힘들게 썼다”며 

“그렇지만 시를 쓰고 난 뒤 성호 어머니와 여러번 문자를 주고받으며 성호를 대신해 위로해 드리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김제훈 학생의 생일시를 쓰고 이번 시집을 책으로 내기도 한 김민정 시인도 

“시를 쓴 뒤 제훈이 엄마가 전화해서 ‘우리 제훈이 정말 잘 있어요?’라고 물으셔서 ‘그럼요, 완전 잘 있어요. 환해요!’라고 말씀드렸다”며 

“그 전화 통화 뒤 어머니가 기운을 내서 전국을 다니며 봉사를 하시는 등 아주 좋아지셨다고 들었고 나 역시 매우 행복했다”고 합니다. 

 

시의 한 토막을 읽어주신다면요. 

박정슬 학생의 목소리로 

허수경 시인이 쓴 ‘‘저 정슬인데요,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에서 정슬이는 이모와 할머니·할아버지, 엄마에게 차례로 살가운 인사를 건넨 다음 친구들에게 말한다. 

“손 꼭 잡고/ 가자./ 당당하게./ 우리는 잃은 것이 있으니/ 이제 지켜야 할 것도 있다고 말하자./ 당당하게, 슬픔을 삼키며.”

 

위로와 격려를 나누는 마음이 모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참여자들의 뜻깊은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면서요? 

표지 그림을 그린 김선두 화백과 디자이너, 김필균 외주 편집자, 인쇄소까지 두루 재능 기부를 했습니다. 

그래서 가격도 5500원으로 최대한 낮출 수 있었답니다. 

인세 수익은 모두 다음 생일시집을 내는 데 쓰인다고 하네요. 4월이 가기 전에 이 책을 펼쳐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