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분야에서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온 강준만 교수가 새 책을 냈습니다. 책 제목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데요,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라는 제목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들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도발적인 느낌도 드는데요, 강준만 교수는 책속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정치가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됐다. 이런 가운데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세상을 바꾸는 데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정치적 소비자 운동….어떤 의미인가요?
우리가 특정 상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걸 보이콧팅이라 하고, 열렬히 지지하는 바이콧팅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특정브랜드를 보이콧할 때, 브랜드의 품질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이념적·정치적·윤리적 신념을 담아 거부하고 불매운동까지 가게 되는
거잖아요. 다소 거칠게 비유했지만, 이 맥락과 비슷하게 설명된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권자의 투표 행위를 물건을 사러 가는 쇼핑에 비유하는 것이 저는 아주 정확하다고 느꼈습니다.
강 교수는 책 출간 이유에 대해 “왜 우리는 일반 소비자의 갑질에 분노하면서도 약자를 상대로 한 정치적 소비자의 갑질엔 침묵하는가.
왜 우리는 민생이야말로 소비의 영역임에도 소비를 자본주의의 죄악과 연결시켜 백안시하는 위선과 오만의 수렁에 빠져 있는가” 라는 말을 전합니다.
굉장히 촌철살인 같이 정확한데다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책입니다.
4.15총선을 앞두고 아주 시의적절한 책 한권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이 책속엔 투표를 앞두고 생각해봐야 할 내용들도 많이 담겨 있을 것 같은데요. 좀더 살펴볼까요.
이 책은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제목을 말씀드리면서 조금 설명을 덧붙여 볼께요.
제1장 : 왜 1,528명이 죽는 동안 정부와 언론은 방관했는가? 에서는 사립유치원 비리사건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이야기를 담았고요. 제 3장 “왜 진보 언론은 자주 ‘불매 위협’에
시달리는가”에서는 한 진보 언론 구독해지 사태와 사라진 후원자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 4장 “왜 정치인들이 시민들보다 흥분하는가?”에서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그늘을 다룹니다,.
제 8장 “왜 소비자의 이미지는 윤리보다 갑질인가?”에서는 “커피나오셨습니다”가 말해주는 감정노동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한국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도 있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이 있다면요.
제3장 “왜 진보 언론은 자주 ‘불매 위협’에 시달리는가?”에서 강 교수는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반감을 느끼거나
더 증오하는 ‘최악(最惡)’의 정당을 응징하기 위해 ‘차악(次惡)’의 정당을 선택하는 투표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이런 투표 행태를 잘 아는 정당들은 뭔가 일을 잘해서 유권자의 표를 얻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상대 정당을 공격해 유권자들의 반감이나 증오를 키우기 위한 ‘증오 마케팅’에만 몰두하면서 이걸 정치의 본령으로 삼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뼈아픈 말이지만 그만큼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2년 전이었던가요. 한 언론사에서 6.4 지방 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투표하는 ‘1표의 가치’를 계산한 적이 있잖아요. 1표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고요.
네. 저도 기억이 나는데요. 1표의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자치단체별 4년간 예산 총액을 유권자 수로 나눴습니다.
지방정부의 예산은 모두 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서 나오는 거니까요.
그렇게 계산된 1표의 가치는 평균 3377만원이었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하죠.
투표를 꼭 해야할 이유, 우리가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일이 투표날인데 모두 신중하고 즐거운 쇼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