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여름이 좋은 이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SF 소설을 맘껏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구요.
여름은 역시 장르 문학의 계절이죠. 평소 순수문학이나 실용서에 밀려나있던 SF 소설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출간돼서 매니아들을 설레게 하는데요.
이 여름, 신박한 SF 소설이 눈에 띄어서 소개할까 합니다. 최종 노미네이트되기만 해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는 ‘SF계 노벨문학상’ 으로 불리우는 휴고상!
그 휴고상에 3년 연속 최종 노미네이트된 한국계 미국인 이윤하 작가의 장편 SF 『나인폭스 갬빗』이 출간됐습니다.
‘나인폭스’, 어딘가 익숙치않으세요? (차동: 혹시 구미호?) 그렇습니다. 『나인폭스 갬빗』이라는 제목을 우리말로 하면, ‘구미호 전략’. 속임수를 잘 쓰는 서양 여우,
또 사람을 유혹하는 동양 구미호의 이미지가 모티브가 됩니다.
우주 제국의 충성스러운 장교 ‘켈 체리스’와 그녀의 우주 함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우주극인데요.
주인공 체리스는 ‘구미호 장군’을 만나면서 우주 제국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알게 되고,
그 혼란한 내면을 통해 제국주의와 이민족 탄압이란 주제를 깊이 있게 담아내며 2017년 독자와 평단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습니다.
주인공 ‘체리스’는 ‘구미호 장군’의 영혼을 흡수해서 결국 새로운 존재가 돼요,
‘인간의 영혼을 먹고 다른 존재가 되는’ 한국 구미호의 모티프가 흥미롭게 반영된 거죠.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서는 한국적 이미지가,
장면을 그려내는 사소한 디테일로도 세계관을 구축하는 중요한 구성요소로도 사용됩니다. 우주인은 “항상 스테이크와 감자만 입에 달고 살았던” 기존 SF와 달리,
『나인폭스 갬빗』의 우주인은 우주선에서 깻잎나물에 쌀밥을 싸 먹고 김치만 보면 환장을 하죠.
또 등장인물들은 전부 동양인이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한국어처럼 존댓말이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서구 중심적 SF에 익숙했던 팬들에겐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다네요.
『나인폭스 갬빗』은 작가의 [제국의 기계] 3부작 중 첫 번째 장편인데요. 3부작이 차례로 휴고상 후보작에 올랐어요.
올해 휴고상 발표는 8월 18일에 열릴 예정인데요. 이윤하 작가의 ‘레버넌트 건’이 수상하면 한국계 작가로서는 최초이자,
아시아계 작가로서는 두 번째 수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전 세계 SF 팬의 마음을 뒤흔든 『나인폭스 갬빗』을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이번 주에는 혐오, ‘차별’과 관련해 묵직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두 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됐네요.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 무의식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차별에 대해 살펴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별에 반대한다고 말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차별주의자가 되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는 거예요.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차별과 배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야기합니다.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는 인터넷의 검색 알고리즘이 어떻게 보이지 않게 차별과 혐오, 불평등을 생성하고 유통시키는지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한 가지 단어를 검색창에 넣을 때 연관어로 뜨는 단어들, 그게 단순히 이용자들이 많이 검색해서가 아니라, 검색엔진을 운영하는 기업이 정한 알고리즘으로 나오는 거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