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2(화)책방에 가다

< 소개해주실 책은? >

원광대학교 최경봉 교수가 썼구요. ‘우리말의 탄생(책과함께)’입니다. 

이 책은 말하자면 그 영화의 팩트체크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세상에는 수천 개의 언어가 존재하죠. 하지만 같은 언어를 쓰는 언어공동체들 중 자신들의 언어로 만든 ‘사전’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합니다.

한 언어의 규범이자 기준이 되는 사전을 가지고 있다는 건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의미이자 성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은 곧 얼이다. 이런 말도 하잖아요. 한 민족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만을 사용해 기록한 사전을 가지고 있다는 건 굉장히 특별한 일인데, 

우리는 우리말 사전이 어떻게 만들어졌나, 그동안에는 너무 몰랐어요. 

영화를 통해서 관심이 생겼다면 이번에는 책을 통해서 좀더 자세히, 또 역사적으로 팩트 체크를 해가면서 읽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쉽게,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거든요. 책은 하나의 의미 있는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1945년 9월 8일 지금의 서울역인 경성역.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물러난 후라 창고에는 갈곳 없는 화물들이 많이 쌓여있었는데요. 

화물을 점검하면 역장과 직원들은 수취인이 조선총독부 고등법원으로 돼있는 화물을 하나 발견합니다. 

이게 바로 1929년부터 시작된 조선어사전 편찬사업의 결실인 원고지 2만 6500여 장 분량의 조선어사전 원고였던 겁니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제에 압수됐다가 해방의 혼란 속에서 사라졌던, 2년 뒤 ‘조선말큰사전’으로 탄생할 위대한 원고였던 거죠. 

요즘 영화로 화제가 되고 있는 ‘말모이’는 책의 중간쯤에 등장합니다. 

누군가는 ‘에이 재미도 없는 사전 하나인데 웬 호들갑이냐’할 지도 모르지만 일제의 탄압이 한창이던 시기에 누군가는 왜 목숨을 걸어가면서 사전을 편찬하려고 애를 썼을까 

그 배경과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이 또한 위대한 민족운동이었구나, 깨달으면서 사전을 구입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영화에 이어 드라마 얘기를 하게 되네요. 요즘 VR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인데요. 

VR이 얼마나 가까이 와있고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관심있다면 이런 책은 어떨까요? 

‘미래는 와있다’ 부제가 ‘기술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바꾸는가’입니다. 

그런가 하면 소설가 윤대녕씨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포함한 단편집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를 펴냈습니다. 개인의 이야기이면서 사회적 소설로도 평가받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