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도청 고위 간부가 자신의 업무추진비를 아들이 운영하는 한약국에서 천만 원 넘게 쓰는 등 이해충돌 사실이 MBC 취재로 드러나 논란이 됐는데요.
그런데 이 한약방에서 업추비를 쓴 공무원들, 또 있었습니다.
아버지인 해당 국장 뿐만 아니라, 산하 부서장들도 이 한약국에 업추비를 몰아줬는데 그 액수가 2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아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자신의 아들이 운영하는 한약국에 천만 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몰아준 전북자치도청 전 환경산림국장 강 모씨.
그런데, 이 한약국에는 강 국장의 업무추진비만 지출된 게 아니었습니다.
국 산하 과장 3명과 사업소장 한 명도 자신들의 업무추진비 수백만 원을 국장 아들의 한약국에 지출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겁니다.
해당 국장 부임 이후 2년 여 동안, 이렇게 도청 간부들이 국장 아들 한약국에 몰아준 업무추진비는 2천4백만 원에 달합니다.
특정 부서 간부들을 중심으로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지출한 수년 동안, 내부 감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오현숙 전북도의원]
"한 약국에 2,400만 원을 썼어요. 시스템에 문제 있는 것 아닙니까? (타 지역은) 일정 액수 이상 한 곳에 하면 수동적으로라도 걸러내는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해요. 전라북도에 시스템이 얼마나 잘못돼있으면 이런 걸 못걸러냅니까?"
[최병관 전북도 행정부지사]
지적이 상당히 공감이 되고요. 다른 건도 혹시 이런 유사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한 번 제가 점검하겠습니다. (전수조사 해주시고요.)
심지어 업추비 내역을 공개하면서, 문제의 한약국 지출 내역 일부를 누락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국주영은 전북도의원]
"같은 날 다른 데서 쓴 건 공개가 됐어요. 그런데 그 한약국에서 쓴 건 공개가 왜 안되냐는 거예요. 굉장히 좀 조직적으로 보인다..."
[김아연 기자]
"그러나 이해 충돌 당사자인 도청 간부가 대기 발령 상태라는 이유로 행정사무감사에 불참하면서,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데에 사실상 큰 한계를 보였습니다."
해당 국장이 관리하는 민간위탁 업체가 부인이 소유한 상가에 입주한 사실도 도마에 올랐지만, 당사자의 답변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정린 전북도의원]
"센터로 공고를 했는데, 공고돼서 지정도 안 됐는데 미리 가서 집을 얻었어요. 얻은 것은 또 국장님 사모님 소유 건물을 얻었어. 또 센터 지정되기도 전에 거기에 집기류를 싹 갖다 놨어요."
아들 한약방에 업추비를 쓰고, 부인 상가에 위탁업체를 입주시키는가 하면, 스토킹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기까지 하는 도청 고위직들.
수면 위로 드러난 논란은 결국 공직사회에 만연한 기강해이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아연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