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료사진]
◀ 앵 커 ▶
추석 대표 과일인 사과는 지난 1년 내내 금값이었지,만 올해는 좋은 작황 덕에 간만에 제 값에 맛있는 사과를 맛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올해처럼 9월에 찾아오는 이른 추석이면 맛이 제대로 든 붉은 사과를 만나는 것은, 2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장수가 주산지인 홍로 사과를 통해 우리 사과 육종 역사와 추석 차례상의 변화를 되짚어봤습니다.
이창익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진한 붉은빛을 띠고, 크고 탐스러운 데다 단맛까지 강한 홍로 사과.
명절 제수용으로 인기가 많아 '추석사과'로 불립니다.
일교차가 큰 해발 5백 미터 고원 전북 장수가 주산지인데 홍로는 순수 국내 육종기술로 탄생한 첫 국산 사과 품종입니다.
우리 추석날은 현재를 기준으로 앞뒤 100년간 78%가 9월에 돌아옵니다.
9월은 추석의 달이지만, 20여년 전 만해도 조상께 드리는 추석 제사상에 올라갈 사과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이유는 조생종 쓰가루의 숙기가 7~8월,
만생종인 후지는 10월 하순 생산되다 보니 추석에 유통되는 사과는 덜 익은 후지에 억지로 색을 낸 것이 다였습니다.
[이동혁 /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센터장]
"중생종 사과로서 특히 추석에서 선물을 드릴 수 있는 고당도를 가진 사과가 필요하게 된 거죠 그래서 홍로가 개발되게 된 겁니다."
과거 한국원예연구소가 스피어 블레이즈와 슈퍼 골드딜리셔스를 교배해 얻은 국내 육성 1호 사과가 중생종 홍로로
88년 개발을 마치고 2천대 들어 본격적으로 유통되면서 대표 '추석사과'가 된 것입니다.
홍로의 시장 점유율이 한때 15%까지 오르긴 했지만 국내 시장은 일본에서 온 후지가 강력한 저장성을 바탕으로 70%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냉해와 이상기후가 사과값 폭등을 불러왔듯 특정품종의 독점은 시장 불안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동혁 /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센터장]
"후지가 만생종으로 여러 가지 병해충 분야에서 취약한 부분도 있습니다. 단일품종에서 피해를 받는다면 국내에서 사과 수급에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것이죠."
다행히 홍로 개발 이후 농진청 주도로 숙기가 8월 하순인 아리원을 시작으로 홍로와 숙기가 같은 아리수,
그리고 출하기가 9월 중하순인 이지플, 감로 등 다양한 신품종이 개발됐고 이미 보급도 상당수 진행돼 있습니다.
[이상준 / 사과농가]
"(신품종은) 노동력도 절감되고 착색도 어느 정도 잘되니까 다른 품종보다는 이 품종 재배하는
게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고 좀 나은 거 같습니다."
특히, 새로 개발된 품종들은 '장수 홍로'처럼 자치단체 제안을 받아 지역 고유브랜드로 육성하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과는 1인 연간 소비량이 10킬로그램에 이를 정도인 국민 대표 과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노동력을 줄이기 위한 품종 개발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C 뉴스 이창익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