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료사진]
◀ 앵 커 ▶
드론축구 저변을 살펴보면 복잡한 단체의 이름들이 거론됩니다.
캠틱, 그리고 대한드론축구협회, 또 국제드론축구연맹 등 얼핏 보면 업무 성격이 상이한 단체들이 바로 그들인데요,
주소지도 같고 구성원도 거의 같아 실제로는 한 몸처럼 보이는 이들 단체들, 그런데 혈세로 지원되는 보조금은 따로따로 받고 있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전주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드론축구와 관련된 단체는 모두 3곳입니다.
드론축구공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사단법인 캠틱종합기술원,
국내 드론축구팀들을 관리하며 드론축구 보급을 위해 구성된 대한드론축구협회,
그리고 드론축구월드컵을 개최하겠다며 지난해 7월 설립된 국제드론축구연맹, FIDA입니다.
각각의 기능과 역할이 모두 상이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세 조직의 대표는 모두 한 사람, 노상흡 캠틱종합기술원 원장입니다.
[노상흡 / 캠틱종합기술원장 (지난 3월, 인터뷰 뒤 녹취)]
"우리 민간 힘 갖고는 여기까지 못 와요. (전주시 등) 여기까지 많이 도와주셨고, 특히 정부도 많이 도와주고 있고. 저희 욕심 같으면 예산이 좀 더 나와서.. 사실 돈을 좀 써야 돈이 들어오니까 이러는데."
국제드론축구연맹과 대한드론축구협회 두 경기 단체의 법인등기를 살펴봤습니다.
국제드론축구연맹, FIDA는 축구로 치면 FIFA와 성격이 같은, 즉 드론축구에 가입된 각 국가별 협회를 모두 망라하는 소위 국제기구입니다.
두 단체의 이사로 노상흡 원장은 물론 캠틱 드론사업부장의 이름이 올라가 있고,
각각 5명의 이사 중 4명의 이름이 겹칩니다.
협회와 연맹의 주소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협회에서 운영하는 상설체험장만 있을 뿐 상주하는 직원도 보이지 않고, 더구나 국제기구라는 연맹은 아예 사무실 명판도 없습니다.
[전주시설관리공단 관계자]
"[대한드론축구협회 사무실이 있나요?] 따로 없어요.[아, 없어요? 국제드론축구연맹이라는 곳도 여기가 주소지로 돼 있던데?] 여기서 거의 훈련만 하는 것 같더라고요."
대신 협회나 연맹 사무와 관련해서는 캠틱 산하 드론기술개발지원센터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각 단체들은 부인하지만, 결국 대표자도, 구성원도 거의 같은 세 단체가 사실상 한 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겁니다.
하지만 전주시의 드론축구 관련 예산은 캠틱과 연맹, 두 조직으로 나누어 받고 있습니다.
캠틱은 드론축구 관련 국토부 공모 사업과 연구용역을 통해 12억에 이르는 예산을 국비와 시비로 받고 있고,
협회의 경우 상설체험장 운영과 전국대회 개최 명목 등으로 3년 동안 14억 원의 시 예산을 지원받았습니다.
이 같은 이중으로 예산을 지원받는 구조를 두고 과거에 이미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5년 전 '글로벌 드론축구 육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출연금을 지급하는 예산이 시의회에 올라온 것이 발단,
한 시의원이 이를 두고 드론축구 관련 사업을 해본 적이 없어 "여건이 안되지 않느냐, 결국 캠틱으로 가는 돈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직접 캠틱으로 지원하면 예산을 주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출연금으로 돌리는 편법"을 쓰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직접 운영할 거라며, 사업이 커지고 있는데 1개 기관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전주시의 공언과 달리 결국 3년 동안 예산 10억은 캠틱 원장이 대표인 대한드론축구협회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박형배 / 전주시의원]
"'제3자로 우회해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는 거 아녔냐'라고 하는 질문이었고, 실질적으로 그렇게 사업이 진행되고, 집행됐기 때문에..."
단순히 보조금 뿐만 아니라 CES 박람회 참가비를 대신 내주는 등 전주시의 전폭적 지원 아래 캠틱은 상품인 드론추국공을 팔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국제드론축구연맹은 연맹에 가입한 국가별 협회에 만 달러가량의 연회비와 가입비를 받으며 별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캠틱종합기술원 관계자]
"가입비 5천 달러, 연회비 5천 달러 해가지고 그러니까 이게 적다면 적고 크다면 큰돈이지만 그런 의무감과 무게감을 가지고 가입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결국 세 단체가 역할을 나눠 보조금이나 가입비 등 자치단체의 전방위적인 지원 아래 수익을 낼 수 있는, 독특한 구조의 드론축구 생태계가 조성된 겁니다.
그간 지원한 예산의 성과 분석도 없었던 전주시, 명분이었던 산업 생태계 구축도 요원하다는 지적 속에 결국 전폭적인 지원의 혜택을 보는 건 누구인지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