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 앵 커 ▶
완산학원 관련 소식, 오늘도 이어갑니다.
비리 징계자에게 보직을 허용하고, 채용도 이사장이 전권을 휘두르는 식의 개정안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데요,
취재진이 입수한 인사위원회 회의록에 실마리가 담겨 있습니다.
필기 전형 없이 면접만으로 누군가를 직원으로 뽑으려다 뜻대로 안되자 개정안을 추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완산학원 이사장 명의로 각 학교에 제출된 사무직원 인사규칙 개정안, 핵심은 2가지입니다.
금품 수수나 공금횡령 같은 비리로 징계 받더라도 실장·국장 직을 맡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직원 채용 절차 등을 정하는 인사위원회 권한도 이사장에게 이양하는 내용입니다.
[차상철 / 전 완산학원 이사장]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공공기관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잖아요. 특히 부패와 관련된, 비리와 관련된 사람은 승진에서 제외되잖아요."
5년 전 비리로 설립자가 구속된 뒤,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인데 왜 갑자기 바꾸는 걸까?
중고등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등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지난 1월 완산 학원은 9급 사무직원을 새로 뽑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위원 중 1명이 '인성·직무 능력 검사', 그러니까 필기시험 없이 서류와 면접만으로 직원을 뽑자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주관적 평가는 안된다며, 채용 비리 사건 뒤 필기시험을 넣은 만큼 기존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다른 위원이 반박합니다.
필기시험을 보면 예산과 시간이 더 든다는 점을 내세우고, 다른 위원이 예산은 세우면 된다고 맞서지만,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인사위원회 표결을 거쳐 결국 필기시험이 전형에 포함되자, 3월 안으로 그토록 서둘러야 한다던 채용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
"(임시직인) 행정 대체를 쓰겠다고 저한테 연락이 와서, 기존에 신규 임용 협의 받은 걸 취소시키고 행정 대체로 승인을 해줬습니다."
문제는 그 뒤부터,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인사규칙을 바꾸겠다는 공문이 완산학원 이사장의 명의로 내려옵니다.
특히 5월에 내려온 개정안은 인사위원회를 아예 없애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됩니다.
6월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은 "지금 이사장은 자기 권한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인사위원회 규정을 "삭제하고 싶다"며 이사장의 의중을 강조합니다.
9급 직원 채용 문제도 다시 언급됩니다.
채용에 "제동을 거니까 바꿔서 하려고 하는 거다"라며, "간소화해서 뽑겠다는데" 반대해서 인사위원회를 없애려 한다는 겁니다.
이같은 발언을 한 법인 직원은 9급 직원 채용 관련 질문에 본인은 실무자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완산학원 직원(인사위원회 참여)]
"제가 아는 상황이 아니니까, 저는 뭐 준비하라 해서 준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사장님하고 취재해서 말씀하시면 되죠."
반면 완산학원 강일영 이사장은 회의록에 언급된 '이사장님 생각'은 "이사회의 뜻이라는 것이 와전됐을 뿐"이라고 해명합니다.
[강일영 / 완산학원 이사장]
"내가 이야기했어요. 아니 이게 왜 회의록에 이사장이라고 들어갔느냐, 그런데 다 이미 그렇게 이야기 한거예요. 그래서 이사회의 뜻이다, 와전된 것이다."
또 "잘못이 있다면 도교육청에 의뢰를 해서 감사를 받겠다"며, "잘못을 해도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일 뿐,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강미이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