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자료사진]
◀앵커▶
장마철인 요즘, 전주 삼천동 일부 지역에서 요란한 울음소리가 한창입니다.
딱 일주일 정도, 산란을 위해 웅덩이나 고인 물가로 나와 우렁차게 울어대는 ‘맹꽁이’의 울음소리인데요,
멸종위기종이기도 한 맹꽁이는 옛 대한방직 부지에서도 발견돼 지난해 이주 작업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멸종해 가는 생물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도심 속 맹꽁이 서식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전주 삼천동 한 가운데 위치한 거마공원,
도서관 바로 뒤편의 작은 습지에서 생소하면서도 반가운 자연의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집니다.
삵, 하늘다람쥐와 마찬가지로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의 울음소리입니다.
지난주 장맛비가 한 차례 내리자 산란기를 맞아 모습을 드러낸 건데,
오랜만에 찾아온 맹꽁이 소리가 도심 속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에 운치를 더합니다.
[김이수/효자동]
“(맹꽁이 울음) 방해 안되죠. 아주 좋습니다, 정겹고. 우리의 소리죠, 저게."
십여 년 전, 거마공원 조성 당시 맹꽁이 서식이 확인되자, 부지 일부를 맹꽁이 서식지로 원형 보전하게 된 것입니다.
세종의 중앙공원 금개구리 보전지역, 서울 노들섬 맹꽁이 숲과 마찬가지로, 인프라 구축으로 편의를 높이면서도 보호가 필요한 동식물을 보전하는 ‘도심 속 공존’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입니다.
[문광연 한국양서파충류학회 이사]
“양서파충류가 중간 허리거든요. 허리가 없어지게 되면 생태계 전체에 문제가 올 수도 있고, 그러니까 원래 사는 데 살려주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죠.”
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운명에 놓인 맹꽁이도 있습니다.
서식 확인으로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었던 옛 대한방직 터의 맹꽁이입니다.
[목서윤 아나운서]
“이미 작년에 600여 마리의 맹꽁이를 이곳 대한방직 부지에서 건지산 오송제 일대로 옮기는 포획 이주 사업이 펼쳐졌는데요, 올해에도 같은 지점 네 곳에서 맹꽁이 울음소리가 여전히 확인되고 있습니다.”
산란기가 되자 별다른 장비 없이도 서식이 확인될 만큼 맹꽁이 특유의 강렬한 울음소리가 공사 가림막을 뚫고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이미 성공 사례가 있는 타지역 사례를 들며 대한방직 공원부지 일부를 맹꽁이 서식지로 원형 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지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금 현재 있는 이 공간에 맹꽁이가 살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어떤 개발을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게 지금은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하지만 시공사 측은 이미 ‘포획 후 방사’라는 대안을 마련한 후 시행 완료했다는 입장입니다.
서식지 파괴에 유독 취약한 맹꽁이와의 ‘도심 속 공존’ 사례가 또 한 번 가능할 것인지,
대한방직 부지 내 맹꽁이의 운명은,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그래픽: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