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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고 도장 찍는다".. 가로주택정비의 명과 암
2024-05-26 4443
정자형기자
  jasmine@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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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로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던 재개발 사업이 억대의 추가 분담금 소식에 논란만 야기한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멋모르고 도장을 찍었다가 아파트고 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몰릴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일반 정비에 비해 신속한 진행이 장점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간소화된 절차가 미흡한 설명으로,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자형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주시 우아동에 추진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대형마트와 병원을 끼고 있어 아파트가 들어설 만한 곳으로 지목됐지만, 규모가 협소해 번번히 무산되다 2년 전부터 급물살을 탔습니다. 


그런데 조합원 분양 신청을 앞두고 날아온 한 장짜리 분담금 안내문 때문에 주민과 건설업체, 주민과 주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2년 전 30평 기준 5천만 원이면 크지는 않아도 아파트 한 채를 준다고 했는데 그새 분담금이 1억 5천만 원까지 오른 겁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참여 주민]

"이것이 확정금이냐? 이것도 아니예요. 얼마나 더 늘어날지도 몰라요. 땅 50평 넘게 내주고 상가 내주고. 이런 사업이 어디있냐 이거예요. 완전히 사기죠."


치솟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사업을 중단하라는 주민, 하던 사업이니 추진하자는 주민들 틈바구니에서 감정평가금을 받고 보금자리를 어쩌면 떠나야 하는 주민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참여 주민]

"그냥 이 상황에서는 그냥 1억 7천이라도 준다면 나가야겠어. 어디서 돌 맞은 셈 치고. 어떡하겠어. 2억 3천은 못 하는데."


이처럼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너무 신속한 사업 추진 때문입니다. 


보통 10년 가까이 걸리는 재건축과 재개발에 비해 절차가 간소해 2~3년이면 끝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 


하지만 이런 규제 완화가 주민들에게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일반 재개발을 보면 안전진단과 정비구역 지정 등 정비 초기 단계에 많은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주민들이 그만큼 정보를 취득하기 쉽습니다. 


반면 가로주택은 이런 절차가 모두 생략되는 바람에 사업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도장을 찍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 


1만㎡ 이내 부지가 대상이어서 적게는 20~30세대만 동의해도 사업이 추진되는데 노년층이 대부분이어서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도 현실입니다.  


조합 또한 주민들로 구성돼 전문성이 없어 일명 'PM'이라고 불리는 정비 사업 컨설팅 업체의 말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입니다. 


[김종만 / 도시정비사업 전문 변호사]

"분담금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못 듣고 이게 수익이 되는 사업이다 그런 식으로 듣고. (업체는) 사업을 추진해야 수익이 나고 대금을 받고 하니깐. 감언이설로 이야기하고."


지자체 등 공공의 역할이 제한된 것도 맹점입니다.


절차법인 소규모주택정비사업법에 따라 지자체의 역할은 절차와 방식이 지켜졌는지에 국한되는 것, 


국토교통부와 LH가 4년째 '공공참여형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초기 자문용역 등을 지원하지만, 갈등의 단초인 분담금 문제를 해결할 권한은 없습니다.


[LH 관계자]

"조합과 정비업체와의 계약은 LH가 포함돼 있는 계약이 아니에요. 그렇다 보니깐 LH가 중간에 나서서 중재를 하거나 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않고요."


일반 재개발 재건축에 비해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은 가로주택정비사업. 


정작 주민들이 사업의 타당성을 알아갈 시간마저 규제완화라는 틀 안에서 생략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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