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대형 유통매장에서 요즘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복지란’.
동물 본래 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란 닭의 알을 뜻합니다.
현재 국내 모든 산란계는 4가지 사육 환경에서 길러지는데요,
이 중 ‘케이지’ 사육 방식이 아닌 ‘방사’와 ‘평사’ 사육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케이지에서 키워지는 3번과 4번 란에 비해 비싸더라도,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동물복지란의 판매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여러분이 구매한 동물복지 달걀은, 정말 ‘행복한’ 엄마닭이 낳은 알일까요?
일반 케이지와 달리 ‘문이 없는’ ‘개방형 케이지’를 아파트 형식으로 쌓아 올리는 평사 사육도 ‘동물복지’로 인정되면서, 본래 취지에 부합하느냐 논란입니다.
◀리포트▶
두룹나무 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 따가운 햇살도 피하고, 자유롭게 노닐다 휴식도 취합니다.
힘찬 날갯짓과 함께, 온몸을 땅속에 파묻으며 진드기 예방에 탁월한 흙목욕도 즐깁니다.
마릿수에 따른 산란장과 급수기가 마련된 실내,
그리고 풀과 흙이 있는 실외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자유 방목' 동물복지 농장의 닭입니다.
[홍성대 / '방사' 동물복지농장주]
"닭의 마음에서 좋은 공기, 좋은 햇빛.. 그런 것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이 동물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은 245개.
그런데 이 같은 ‘자유 방목’ 농장은 46곳에 불과합니다.
'방사'뿐 아니라 '평사'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보니 나머지 199곳은 실외 시설 없는 실내 ‘평사’라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최소 200마리부터 최대 25만 마리까지, 사육 규모의 편차가 1,200배에 달할 정도로 크다는 겁니다.
규모가 작은 농장은 대부분 거리낌 없이 시설을 외부에 공개합니다.
"선생님 농장도 (방문) 가능할까요? / 당연하죠. 당연하고요.."
반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대규모의 동물복지 농장은 시설 공개에 난색을 표합니다.
"아.. 저희는 거의 공개 안 하고 있거든요."
동물 복지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어떻게 25만 마리를 한꺼번에 사육한다는 것인지 의문은 커집니다.
비밀은, ‘에이비어리 케이지’라고 불리는 이른바 ‘개방형 케이지’에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되는 케이지는 기존 철장과 비슷한 형태이지만 문을 없앴고, 평사 내에 4단까지 층층이 쌓을 수 있는 '다단식'입니다.
동물복지 인증 기준에 따르면, 평사의 경우 제곱미터당 9마리까지만 허용되는데, 아파트형인 ‘에이비어리 케이지’는 같은 바닥 면적 기준 17마리까지 사육이 가능합니다.
두 배에 달하는 사육 밀도에, 흙바닥이 아닌 슬랫에서 사육해도, ‘똑같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농림부 관계자]
“다단 시설 같은 경우는 뛰어노는 운동 시설이 더 있다 보니까 자유롭고 편안하게 활동을 하고 있어요.”
평생 케이지에 갇혀 사는 닭에 비해 분명 나은 환경이지만, 사육두수를 늘린 개방형 케이지가 인증에 부합하는지 논란입니다.
자유 방목이나 일반 평사와 확연히 다른, 또 다른 형태의 ‘공장식 축산’이 이미지 세탁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김현지 /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으로 접근이 돼서 개선이 되거나 규모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설정이 되어야 하는데 그냥 인증, 그러니까 동물복지 마크를 달고 또다른 형태의 공장식 축산이 확산되는 형태라면..”
유통되는 달걀의 표지만 보고는 ‘에이비어리 케이지’인지 여부를 알 수도 없는 상황,
'닭장' 문만 열어두면 '동물복지'인 것인지 소비자의 의문은 커지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란 소비자]
“문이 없어도 일단은 너무 밀집돼 있잖아요. 문제가 있는 거죠."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그래픽 안희정
자료 출처 Youtube Big Dutchman / Techno
영상 취재 유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