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료사진]
"퇴마굿을 해야합니다."
지난해 3월 서울 중랑구에서 법당을 운영하는 무속인 A 씨(50)는 건강이 좋지 않아 점을 보러온 B 씨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퇴마굿은 귀신을 쫓는 의식 행위입니다.
불안함을 느낀 B 씨는 A 씨에게 퇴마굿 명목으로 7개월 간 30여 차례에 걸쳐 7천 937만 원을 건넸습니다.
B 씨를 따라 법당을 찾은 C 씨도 A 씨에게 한 달여간 굿값으로 2천 500만 원을 줬습니다.
C 씨 역시 A 씨에게 "퇴마굿을 안 하면 아버지가 죽고 너도 동생도 엄마도 죽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 씨의 퇴마굿에도 B 씨와 C 씨 아버지의 건강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들은 A 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했습니다.
검찰은 A 씨가 B 씨 등을 속였다고 보고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판사는 A 씨가 약 7개월 동안 총 8차례 굿을 하며 1억 원이 넘는 돈을 '굿값' 명목으로 받은 사실에 대해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A 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 판사는 "피해자들을 속여 굿값을 편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A 씨가 실제 굿당을 운영하고 신내림 굿도 받는 등 무속인으로서 경력과 활동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A 씨가 물품과 인력을 충분히 갖추고 일반적인 개념과 형식에 따른 굿을 실제로 행했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또 비록 요청자가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무당이 요청자를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무속 행위에 대해서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기죄로 보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7년 "굿을 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길 것처럼 현혹하거나 상식선을 넘어선 굿값을 요구한 무당은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