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송아지 개량을 위한 우량 씨수소의 냉동 정액을 털어간 남성이 일주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민간연구소가 보관 중이던 정액 샘플은 개당 백만 원이 넘어갈 정도로 고가이다 보니 피해액이 수억 원에 달하는데요,
우산을 쓰고 CCTV를 피하거나 액체 질소 용기를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야심한 시각, 모두가 퇴근한 연구소 사무실,
창문을 통해 누군가가 내부로 침입하며 본인의 얼굴을 가리려는 듯 우산을 펼쳐듭니다.
CCTV를 무언가로 가리는 남성,
하지만 연구소 현관을 통해 다시 나와 원형 통을 들고 들어오는 모습이 또 다른 CCTV 화면에 포착됩니다.
연구소 안팎을 분주히 오가다 2시간 만에 창문을 통해 달아나는 남성, 전북 장수의 한 한우 관련 연구소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입니다.
[정연길 / 연구소 대표]
"저희들도 사실은 도난을 몰랐습니다. 버저가 울리고 했었는데 그걸 보니까 메인 박스에 하드디스크가 없었습니다. CCTV를 돌려본 결과..."
이 남성이 들고나온 원형 통 안에 든 것, 다름 아닌 씨수소의 냉동 정액 샘플이었습니다.
덩치가 크고 상품성이 좋은 송아지를 얻기 위한 개량과 보급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건데, 시중에서는 최대 120만 원까지도 거래됩니다.
[허현호 기자]
"이 작은 용기 하나에는 10개의 샘플이 들어가게 되는데요. 가격대가 높은 샘플이 들어가게 되면 개당 천만 원의 가치를 갖게 되는 겁니다."
도난당한 샘플은 모두 260여 개로 피해액이 1억 7천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연길 / 연구소 대표]
"수천 개의 정액 중에서 정말 우량한 정액만 범인이 가져갔습니다. 저희들도 잘 모르는데, 범인은 일일이 다 확인하고..."
CCTV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선 경찰은 경남 밀양의 자택에서 아버지를 도와 축산업에 종사하던 30대 남성을 일주일 만에 검거했습니다.
이 남성은 영하 196도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질소 용기를 미리 준비하고, 복잡한 경로로 도주하며 추적을 따돌리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경찰 관계자]
"(도주하면서) 택시를 몇 번을 갈아탔다니까, 그 택시 추적하고, 택시 추적하고, 내려서 걸어서 한참 이동하다 택시 타고...."
팔고 남은 200여 개의 샘플을 회수한 경찰은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를 적용해 해당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또 정확한 피해 규모와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방침입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 정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