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밤중에 완주 대둔산에서 살려달라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30명이 해발 800m 고지로 긴급 출동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허위 신고로 밝혀져 수십 명의 소방대원이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는데요,

119는 단순한 실수나 장난이 아닌 엄연한 범죄로 보고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칠흑같이 어두운 밤, 바닥에 깔린 흰 눈 위로 주황색 텐트가 세워져 있습니다. 

가쁜 호흡을 몰아쉬는 구조 대원이 텐트로 다가가 안에 있는 신고자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현장 소방대원(지난 2일)]

"주무시고 계세요? 신고 왜 하셨어요?"

지난 2일 밤 9시 50분쯤 완주 대둔산 해발 825m 칠성봉 부근에서 살려달라는 119 구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높고 험한 산이라 신고가 접수된 지 2시간여 만에 어렵사리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건 50대 남성 신고자는 야영이 일절 금지된 산 정상부에서 텐트를 치고 술에 취한 채 자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운주119지역대 관계자(음성변조)]

"살려달라고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을 해보니깐. 술 드시고 이제 취해 계셔서. (허위 신고네요?) 네."

혹시 모를 건강 이상이 있을지 몰라 대원들이 하산을 요청했음에도 극구 거부하며 내려오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위급 신고가 언제 접수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방 장비 8대와 소방대원 27명이 투입됐지만 허위 신고로 드러나면서 대원들은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119는 이 같은 허위 신고는 과태료 부과 등 처벌 대상이라며 반복적일수록 처벌 정도도 강해진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실제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주와 김제 등에서 13회에 걸쳐 119에 허위 신고를 한 남성이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유성일 / 완주소방서 대응예방과]

"119는 긴급한 상황에서만 신고를 해야 하는 전화입니다. 화재, 구조, 구급과 같은 상황에서만. 허위로 119에 신고를 하였을 경우 최초 200만 원, 최대 5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최근 5년간 장난 전화를 포함해 전북소방에 접수된 허위 신고 건수는 414건, 매년 적지 않은 소방 장비와 인력 누수를 야기합니다. 

119는 이런 허위 신고로 소방력이 낭비되는 동안 구조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범죄라는 인식 제고가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강미이

영상제공: 완주소방서

자료제공: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