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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내줄 땐 언제고"..한순간에 맹지가 된 건축 부지
2024-01-02 7292
정자형기자
  jasmine@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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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건축 허가를 받은 땅이 한순간에 진입도로가 없어지면서 맹지로 분류돼 공사 첫삽조차 뜨지 못하는 현장이 있습니다.


관할 구청이 면밀한 검토도 없이 국가 소유 임야로 분류해야 할 땅을 도로로 등록했다가 뒤늦게 감사에 적발됐기 때문인데요.


자치단체의 안일한 판단으로 해당 부지를 사들인 사업주는 수년째 막대한 은행 이자만 물고 있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주 혁신도시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한 공터입니다.


1천여 평이 넘는 넓은 부지지만 오가는 발길 하나 없이 누런 수풀만 무성해 오랫동안 방치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미 지난 2019년 요양병원을 짓기 위한 건축 허가가 났지만 6년째 공사 첫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사업 관계자]

"갑자기 우리한테 공사 중지 명령이 온 거예요. 이 땅이 맹지가 됐다. 도로가 없어졌다. 저희는 황당하죠."


관할 지자체인 전주시가 돌연 공사를 멈추라 공문을 보내온 이유,


당초 허가의 전제조건이었던 진입도로가 전라북도 소유로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뒤늦은 확인 결과 이 땅이 사실 국가 소유의 토지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정자형 기자]

"제가 서 있는 이곳은 도로처럼 보이지만 지난 2022년 국가 소유의 임야로 바뀌어 향후 10년간 어떠한 처분도 금지된 상태입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

"등기로는 기획재정부로 최초로 등록이 된 게 맞고요. 기획재정부 소유 토지는 국유재산법 적용을 받죠."


지난 2021년 전라북도 감사 결과, 관할 구청이 별다른 검토도 없이 관행적으로 도가 관리하는 도로로 등록한 사실이 밝혀진 것.


하지만 문제의 땅이 지적도와 불합치하는 일명 '무주 부동산' 즉 주인 없는 땅이라 국가에 귀속된다는 점이 밝혀지자 황급히 국가 소유 임야로 바꾸고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겁니다.


[전주시 건축과 관계자]

"도로가 접수 안 되면 맹지로 해서 건축 허가가 안 나잖아요. 도로 변경 허가가 취소돼버리니깐 맹지가 돼 버린 거죠."


도로 요건을 갖췄다며 건축 허가까지 받은 땅이 사실은 들락거릴 수도 없는 맹지였던 것.


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구청의 말만 믿고 45억 원 상당의 거액을 투자해 땅을 사들인 사업주는 벌써 5년 넘게 매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이자만 물고 있습니다.


[사업 관계자]

"공무원들이 행정을 잘못해가지고 엄한 민원인만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는 거죠."


뒤늦게 관련 민원을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국유지를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해당 부지를 도로로 쓸 수 있게 임대해 주라고 권고해 관련 검토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관련법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허가를 내준 공무원 2명은 지난 2021년 감사에 적발됐지만 징계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훈계 처분만 받았습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 정진우

그래픽 : 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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