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태양광 시설 분양을 빌미로 무려 700여 명의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빼돌린 업체 대표가 사기 등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 규모가 자그마치 700억 원으로, 2년 반의 긴 재판 끝에 1심 판결이 내려진 건데요.
재판부는 대부분 고령인 피해자들에게서 노후자금을 편취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계좌당 5천만 원에 시설을 분양받으면 월 백만 원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겠다.'
전주의 한 업체가 전국 30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겠다며 투자자들에게 홍보한 내용입니다.
3년 전 취재진이 직접 찾아가 본 경남 함양의 한 사업 부지, 준공하겠다던 날짜가 1년 넘게 지났는데도 빈 공터에 풀만 무성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개발이 제한되거나 한전과 계통 연계가 불가능한 곳은 물론 아예 부지 확보조차 되지 않은 곳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저 안정적인 여생을 기대하며 업체 말만 믿고 노후자금을 맡긴 피해자들은 자그마치 763명, 피해액만 무려 705억 원에 달합니다.
◀ SYNC ▶피해자(지난 2020년)
"종이를 주워가지고 나는, 청소하러 다니면서 모아가지고 한 돈인데.. 다 고발 들어가도 나는 그래도 안 했는데, 안한 사람들 참 많아요.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건져 보려고.."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했다 열흘 만에 붙잡혀 법정에 서게 된 업체 대표 팽 모 씨,
[팽 씨]
"피해 보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의도적으로 편취하신 건 인정하시는 거예요? 그러면?) 그런 부분은 재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2년 반에 걸친 기나긴 재판 끝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횡령 등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재구속됐습니다.
해당 업체는 실적도 전무할뿐더러 부동산 개발업 등록도 하지 않은 무면허 업체,
팽 씨는 시공사의 실적을 업체의 실적인 것처럼 속이고 극히 일부의 인허가와 공사만을 생색내기용으로 진행해 이를 공개하며 피해자들을 현혹해왔습니다.
[함양군청 관계자(지난 2020년)]
"(업체 측에서) 공무원들 불편하게 하면 허가가 안 나거나 문제 생길 소지가 있다, 그런 식으로 회유를 했나 봐요. (피해자들이) 한 번이라도 저희한테 전화라도 한 번 해서 물어보셨으면.."
그렇게 빼돌린 피해금은 개인 채무를 갚거나 심지어 회사 간부들에게 아파트를 분양받아 나눠주는데 쓰였고,
수십억을 들여 사택을 짓거나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본래 목적과 상관없이 이미 대부분 탕진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없게 한 뒤 분양에 필요한 최소한의 외관만 갖춰놓고서 분양 의사가 있는 것처럼 기망해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피해가 크고, 가정의 경제적 피해와 불화, 파탄을 야기했다며 엄정한 책임을 지우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팽 씨로부터 추징할 수 있었던 금액은 전체 피해액의 10분의 1도 안되는, 고작 67억 원 수준입니다.
[두상배 / 피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
"대출받아서 한 사람도 많고, 또 꼬마 상가 팔아가지고 그걸, 노후자금을 투자한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도 있고.. (환수는) 불가능하다고 보고요. 배상 명령한다고 해서 돈 받을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이 되고.."
2년여의 재판 중에도 팽 씨가 다른 가족 명의의 회사를 차려 사기를 벌였다며 최근까지도 추가 고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뒤늦은 엄벌 뒤에도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
그래픽: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