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희귀병을 앓던 사실혼 관계 배우자를 간병하다 살해한 6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반정모 부장판사)는 최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62)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지난 7월 21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자택에서 30년 이상 사실혼 관계로 살아온 70대 여성 B 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 씨는 2020년 초 B 씨가 치료제가 없는 희귀병에 걸린 뒤 간병해 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범행 직후 경찰에 자수한 A 씨는 "간병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들고 막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A 씨는 지난 공판에서 "집사람이 불치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자괴감이 들었고 용서받지 못할 어리석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면서도 "중형이 내려져도 형의 감경을 위해 항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집사람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징역 7년을 구형받은 A 씨는 재판에서 범행 당시 간병으로 인한 수면부족과 스트레스, 분노, 우울증 등 심신장애를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나 수단, 방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동,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과 태도 등을 종합해 보면 당시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당시 극심한 공포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며 "사건 당시까지 피고인의 간병을 받았고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해 주거지에서 생활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의 범행은 방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피해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B 씨를 희귀병 진단 시점부터 사건 범행 당시까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 하루 3시간가량을 제외하고 전적으로 간병한 점, 이로 인해 직장을 그만둬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점,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점, 피해자의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