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 출입문을 열어 함께 탑승한 승객들을 극도의 공포에 떨게 한 30대 남성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검찰은 중형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 남성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선처했습니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정진우 부장판사는 오늘(21일) 항공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와 함께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을 명령했습니다.

A 씨는 지난 5월 26일 낮 12시 37분께 승객 197명을 태우고 제주에서 출발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구공항 상공 고도 224m에서 시속 260㎞ 속도로 하강하던 중 비상 탈출구 출입문 레버를 조작해 문을 연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또 항공기 외부 비상구 탈출용 슬라이드가 떨어져 나가게 하는 등 항공기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A 씨의 난동으로 항공기에 탑승한 초등학생 등 9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A 씨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법원이 정신감정을 실시한 결과, 범행 당시 A 씨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나왔습니다.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운행 중인 항공기 비상문을 열어 많은 승객을 위험에 빠트리게 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정신 감정 결과 조현병 가능성이 있어 최소 5년간 정기 진료가 필요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