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80대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뒤 도주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동일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항소심에서 "죽여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살해했다"며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가벼운 촉탁승낙 살인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달 26일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60대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8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한 주택에서 전 애인이었던 B 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범행 이후 A 씨는 B 씨 자택 현관문 열쇠를 훔친 혐의도 적용됐습니다.
A 씨는 항소심에서 "B 씨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자 이를 거절하지 못해 살해했다"며 "이는 촉탁살인죄가 성립할 뿐 일반 살인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촉탁승낙살인죄는 본인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또는 승낙을 받아 살해하는 범죄로 '동의살인죄'라고도 합니다.
일반 살인죄의 양형 기준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촉탁살인죄는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로 규정돼 상대적으로 형량이 가볍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 씨의 범행 방식이나 전후 정황을 감안했을 때 B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B 씨는 평소 요양등급을 받기 위해 생활지도사에게 상담을 받는 등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설령 B 씨가 극단적 선택을 원했더라도 흉기로 인한 살해라는 극단적으로 잔인한 방식을 부탁하는 것은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범행 장소에서 발견된 혈흔의 흔적 등을 감안하면 B 씨가 외력에 의해 발견지점으로 옮겨졌을 뿐"이라며 "A 씨 주장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는 피해자를 살해한 후 현장을 이탈하면서 피해자의 집 열쇠를 가지고 나가 문을 잠갔다"며 "사후 유무 재산에 대한 절도가 아닌 범행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