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방글라데시와 필리핀, 멀리는 아프리카에도 날로 높아지고 넓어지는 ‘의류 쓰레기 산’의 모습입니다.
지구 곳곳의 개발도상국에 한없이 쌓이기만 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의류 폐기물이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의류 수거함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중고 매장으로 가거나 ‘재활용’ 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의류 수거함에 쌓이는 옷의 99%는 소각되거나 헐값에 해외로 수출됩니다.
쉽게 사고 버린 옷, 그 이후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족히 수천 벌은 돼 보이는 의류와 침구류가 산을 이루며 빼곡합니다.
하루가 멀다고 의류 폐기물이 겹겹이 쌓이는 이곳, 전주의 한 의류 폐기물 작업장입니다.
헌 옷은 물론이고, 그 어느 누구의 소유였던 이불과 인형 등의 운명이 여기서 갈리게 됩니다.
전주에서만 매일같이 1톤이 넘는 의류가 쌓이다 보니 작은 흠이라도 있는 웬만한 옷과, 수출 가치가 없는 침구류는 소각용 쓰레기로 분류되고 맙니다.
[목서윤]
“전주시 덕진구에서만 2주 사이 쌓인 의류 폐기물의 양입니다. 재사용이 가능한 극히 일부만 걸러졌고 나머지는 전부 소각되거나 해외로 보내집니다.”
[의류수거업체 관계자]
“금액 나오는 것은 1%도 안돼요. 3-40%는 쓰레기 나오는 거에요. (70% 수출하신다고요?) 예, 수출. 골칫거리죠."
단 보름 만에 작업장을 가득 채운, 이 많은 옷은 다 어디서 왔을까?
동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의류 수거함에 답이 있습니다.
으레 ‘누군가는 쓰겠지’ 하는 생각에 쓰레기통 대신 이곳에 놓였을 테지만, 대부분 폐기 되는 것이 현실.
구제의류 판매점에 보내지거나, 봉사단체에 보내지는 것은 이미 먼 옛 말입니다.
[자선단체 관계자]
“요즘 세상이 많이 바뀌다 보니까 의류를 필요로 하는 곳(단체)은 없는 거 같아요. 의류를 지원하는 거는 요즘엔...”
의류 수거함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전주시에서만 매년 600톤에 육박하는데, 전국적으론 8.2만 톤에 이릅니다.
패션기업 공장에서 버려지는 의류까지 합치면 숫자는 4배 이상 늘어납니다.
빠른 유행에 맞춰 계절별로 대량생산 되다 보니, 시즌 내 팔리지 않은 “철 지난” 옷은 누군가 한번 입지도 않고 버려지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헌 옷 수출량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전 세계 5위,
쏟아져 나오는 의류 폐기물에도 무감각한 이유입니다.
[고민지, 조은미 / 전주 효자동]
난 그냥 (수거함 옷을) 취합해 가서 나눠서 기부하는 줄 알았어.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거기서 돈 주고 수입하고 있는 거야, 그 나라에서? 아...>
유행에 따라 옷을 소비하는 것이 식사 한 끼만큼 쉬워진 때이지만,
쓰레기를 다른 나라에 떠넘기는 현실을 인지하고 의류의 무분별한 소비와 폐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멀쩡한 옷들은 순환이 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재판매를 시도해 본다거나 끝까지 버려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그냥 버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심리적 면죄부가 돼버린 의류 수거함.
쏟아지는 헌 옷 홍수에 사실상 ‘쓰레기통'으로 전락하면서 옷을 대하는 우리 세태를 되돌아볼 때입니다.
[고민지, 조은미 / 전주 효자동]
“그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기후변화 이런 거 생각하면 원래는 옷을 많이 안돼지. 아는 사람한테 주는 게 낫고..."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영상출처" Greenpeace
그래픽: 안희정
영상취재: 조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