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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들여놓고 '텅'.. 방치된 도시재생 거점 시설
2023-10-26 8800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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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시재생 마을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거점으로 활용한다며, 수십억 원을 들여 조성된 건물들이 용도를 찾지 못해 수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수익을 낼 방법을 찾지 못하거나, 활용 방안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주민들의 참여까지 저조해지고 있는 건데요.


세밀한 사업 검토 없이 무턱대고 시설만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10여 년 전 지역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면서 공방과 갤러리들이 들어선 전주 서학동 예술마을,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됐고 거리 정비 등이 이뤄지면서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받는 곳입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국비 등 12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3층 규모의 전시 공간까지 신축했지만, 현재 내부는 텅 비어있고 문은 단단히 잠겨 있습니다.


주민공동 이용시설과 예술인들의 거주 목적으로 건립된 다른 거점시설 2곳도 방치된 건 마찬가지, 공과금만 건물당 월 20만 원씩 나가고 있습니다.


준공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이용 방안을 놓고 예술인들과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이견이 생기면서 운영 주체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마을 주민]

"그런 것들을 행정에서 다 보고 있었을 것 아닙니까. 전주시장님도 주민들 갈등이 심해서, 그렇게(만) 말씀하시고, 그 뒤로 아무런 행동도 않고.. 세금 낭비죠."


전주에서 최초로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새뜰마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던 팔복동 추천마을,


13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3층 규모의 거점시설이 마련됐지만 이 또한 방치되고 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3년 전 마을 주민들이 함께 카페를 운영하면서 도시재생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했지만, 월 10만 원 남짓한 매출에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찾으려고 해도 7, 8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마을에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주민들을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임미순 / 마을 주민]

"하고는 싶고, 마음의 준비는 돼있는데 마땅한 게 없어서 지금.. 그 점도 조금 서운하더라고요. (전주시는) 그냥 예산이 없다, 우리는 더 이상 뭐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다, 우리 보고 알아서 하라고.."


전주시 소재 도시재생 거점시설 15곳 중 이처럼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곳은 모두 5곳,


이 시설들을 짓는 데만 57억 원이 넘는 돈이 들었는데, 공동체 회복 등 본래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일부 지역에는 재개발이 추진된다는 소문까지 들려오는 실정입니다.


각종 도시재생 사업이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이 같은 거점시설은 앞으로 38곳까지 늘어날 전망인데, 결국 관리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거점 시설만 지으면 자발적인 참여가 따라올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만 가졌을 뿐, 활용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전주시 관계자]

"개관하려고 하는데 (주민들이) 못하겠다고 할 상황까지는 저희가 예상을.. 어쨌든 저희는 긍정적인 부분을 보고 가는 거잖아요. 주민들 생업이 있으면서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운영을 해보겠다, 이게 현실적으로 조금 어려운 부분이잖아요."


전주시는 사회적 기업 등에 운영의 문호를 넓히고 갈등 지역에는 평가를 통해 사업 주체를 선정하는 등 개선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인데,


지속가능성마저 의문시되는 문제의 거점시설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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