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남원시
◀앵커▶
남원 광한루원에 봉안된 세 번째 춘향 영정을 두고 국악인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400년 역사를 가진 판소리 춘향가의 주인공인 16살의 앳되고 고운 춘향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건데요,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은 철저한 고증을 거친 것이라고 맞서고 있어 갈등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연녹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고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16살 성춘향.
댕기 머리 대신 쪽머리를 하고 옥비녀와 장신구를 꽂고 있어 언뜻 봐도 10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친일 작가 논란이 불거져 원래 영정 대신 1억여 원을 들여 다시 그린 새 춘향 영정입니다.
지난 5월 광한루원 춘향사당에 봉안됐는데 이후 명창과 명인 등 국악인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가르마 부분이 희끗희끗하고 쪽머리를 한 탓에 춘향가 속 이팔청춘 춘향이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영희 /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보유자]
"춘향이는 16세, 당년 16세입니다. 그런데 저 그림은 40세 50세로밖에 볼 수 없는 그림이예요."
춘향 영정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지 않으면 내년부터 남원을 찾지 않겠다는 선언도 이어졌습니다.
[신영희 / 국가무형문화재 춘향가 보유자]
"저희들은 내년부터, 저희 판소리는 남원 안 오겠습니다. 춘향이를 저렇게 남성적인 춘향이가 어딨습니까."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은 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악인들이 지적한 머리 모양과 장신구는 춘향가와 춘향전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데다,
춘향전 배경인 18세기 복식 전문가를 통해 고증한 결과 댕기 머리보다 땋은 머리를 한 가닥으로 모아 좌우로 묶은 '벌생 머리'가 적합하다는 것,
일각에서 지적하는 외모 논란을 두고는 작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김현식 / 남원문화원 사무국장(전화)]
"얼굴은 사실상 작가의 상상적인 거죠. '우리 남원의 춘향은 예쁘니깐 얼굴이 갸름해야 합니다' '달걀형이어야 합니다' '눈은 쌍꺼풀이 살짝 있게 해주세요' 그러면 그걸 맡기면 안 되죠."
'나이 들어 보인다'에 이어 '미인으로 여겨지던 춘향의 얼굴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는 춘향 영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 서정희
그래픽 :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