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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 정도까지였나?.. "잼버리 회의록으로 살펴 본 8일간의 내부 상황"
2023-08-26 3016
박혜진기자
  hjpark@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6년을 준비해 드디어 막을 올리게 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부푼 기대를 안고 도착한 참가자들은 폭염과 위생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외에도 여러 문제들이 내부 회의록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전주MBC는 참가국들이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왜 조기 퇴영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대회 전 날부터 전체 조기 퇴영이 결정되기 까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8일간 진행된 내부 회의록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 대회 전날(7월 31일) "야영장은 침수 상태", "밥 좀 주세요."


낮 최고 기온 34도로 온열질환자 등 환자는 벌써 250명으로 병원은 이미 과부하에 걸렸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선발대로 도착해 야영장의 침수 현장을 맞닥뜨린 대표단에선 황당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참가국 대표단들은 '가장 큰 문제는 야영장이 침수돼 있는 것'이라며 '서브캠프 17-18구역은 아예 준비가 돼 있지 않다'라고 항의합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이항복 야영장은 '지난 몇 주간 비가 왔는데 아직 흡수되지 못했다'며 '햇빛에 마르길 바랄 뿐'이라고 대답합니다.


또 '야영장에 조명이 부족해 곳곳에 도랑에 참가자들이 빠져 부상을 입고 있다'라는 불만도 제기됩니다.


'샤워실에 물이 나오지 않고 화장실에선 물이 새고 있다','셔틀버스가 너무 부족하다', '그늘이 없다', '음식을 먹으려면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고 한 끼에 600칼로리도 되지 않아 부족하다'라고 지적합니다.


영국은 '물과 전기가 문제가 언제쯤 해결되냐'는 질문에 한국스카우트연맹 측은 '오늘(31일) 해결될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 대회 1일차(8월 1일) "입영 늦출게. 야영장 정비해" 참가국들이 입영 미룬 진짜 이유


낮 최고 기온이 36도, 병원에 내원한 환자는 800명으로 특히 온열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아직 야영장이 정비 중으로 '일부 회원국들이 정비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입영을 연기해 준 것'에 대해 한국연맹은 감사함을 전하며 회의는 시작됩니다.


야영장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참가국들이 입영을 연기한 겁니다.


대회 첫날에는 시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 수준.


덴마크 대표단이 '화장실이 더럽다'고 말하고,


이스라엘은 '샤워실에 3일 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포르투갈은 '음식이 부족하다'고 토로합니다.


(전주MBC 자료사진)
 

■ 대회 2일차(8월 2일) 개영식, "K-팝 때문에" 쓰러져 가던 그날..시작된 불신


낮 최고 기온은 36도를 넘어섰습니다.


급증하는 온열질환자로 참가국들은 잼버리 병원의 수용력에 관심이 쏠립니다.


폴란드는 '의료진과 환자 간의 의사소통과 병원이 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이집트는 '구급차가 오기까지 30분 넘게 걸리는데 개영식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냐'고 질문하고 헝가리도 '밤에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참가자가 있었지만 병원으로 갈 이동 수단이 없었다'고 토로합니다.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참가국들은 잼버리 병원 외 클리닉도 24시간 운영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합니다.


음식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여전히 음식량이 부족하다는 공통 의견이 나왔고, 조직위와 한국연맹은 이에 사과합니다.


몰디브는 '할랄 음식이 아직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며 '직접 우리(몰디브)가 음식을 조달해서 먹어야 하느냐'며 지적했습니다.


화장실 위생 문제가 또다시 거론되자 조직위와 세계연맹은 해결 중이며 하루에 세 번씩 화장실 청소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믿지 못하겠다'며 '게시판에 사진을 올려달라'고 요구합니다.


주최 측에 대한 불신이 시작된 겁니다.


이 외에도 '대마초 사용이 보고' 됐고, 체코는 아이들에 대한 강력한 ID 검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전주MBC 자료사진)
 

■ 대회 3일차(8월 3일) 폭염경보 지속, 최초 조기 퇴영 언급은 영국 아닌 '독일'


130여 명이 탈진으로 쓰러져간 개영식 다음날, 8월 3일.


참가국들의 본격적인 원성이 속출합니다.


독일은 '문제의 개영식이 다중인파관리 실패로 위험을 초래했다'며 '독일 대사관과 조기 철수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발언합니다.


'조기 철수' 이야기가 나오자 여성가족부는 달래기에 나섭니다.


김현숙 여가부장관은 '6일 예정된 콘서트에는 5백 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하자, 포르투갈은 '인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똑바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일침 합니다.


특히 칠레는 개영식에서 경찰이 IST대원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고도 보고합니다.


스페인은 '병원에 환자들로 가득 차고 숙영지로 돌려보낼 휠체어 등 운송 수단이 없다', 아일랜드는 '의료 물품이 부족해 받지 못한 것에 실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의료진은 '휠체어와 목발이 예상보다 많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 제대로 수량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사과합니다.


뿐만 아니라 호주와 이스라엘은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덩굴터널과 야영장에 조명이 없어 위험하다', '음식의 양이 여전히 부족하다', '샤워실과 화장실 상태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네덜란드는 '음식과 의료, 위생, 보안 문제들이 너무 긴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합니다.


김 장관은 '개영식 실려온 환자들은 온열환자가 대부분으로 중증 환자는 없다'며 '의료진과 청소부를 늘리고 음식도 충분히 제공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전주MBC 자료사진)
 

■ 대회 4일차(8월 4일) "문제 해결 안 되면 야영장 폐쇄해" "화장실 더러워" 쇄도하는 비난


의료진과 참가국들의 원성 수준이 아닌 비난이 쇄도하기 시작합니다.


의료진은 '5일 동안 1천 명이 넘는 환자들이 내원했다며 그늘이 없고 물이 부족해 온열환자를 급증시켰고,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벌레물림 환자도 많은 상황이라며 이런 환경 속에서 환자들의 상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급기야 클리닉 5군데 가운데 한 곳은 의료진들이 사임하면서 문을 닫은 상황.


화장실과 샤워실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미국은 '화장실은 도대체 언제 청결해지는 것인지 정확한 시점을 말해달라'고 거듭 질문하고,


조기 퇴영의 뜻을 비춘 영국은 '화장실 상태가 건강에 위험한 수준이라며 어떻게 IST 대원에게 청소를 맡길 수 있냐', '샤워실에 배설물이 보인다', '어린아이들이 급수대 수도꼭지가 더러워 물 마시기를 꺼려 한다', '그늘을 찾아 덩굴터널에서 자는 판'이라고 불만을 퍼붓습니다.


루마니아는 '코로나19 예방 안내문만 붙여놓고 손 씻을 비누는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무려 6일 동안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게 없어 충격'이라고 표현했고 심지어 튀니지는 '차라리 잼버리 야영장을 폐쇄하라'고 요구합니다.


이스라엘도 '비가 오면 상황은 더 열악해질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합니다.


이날은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의료진 90명과, 쿨링버스 130대, 셔틀버스 12대, 휠체어 100대를 추가하고 군인을 동원해 그늘막을 증설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전주MBC 자료사진)
 

■ 대회 5일차(8월 5일) 내부 분열은 극으로 치닫고..결국 줄줄이 퇴소하는 나라들


대규모 참가국인 영국뿐 아니라 미국, 싱가폴이 한꺼번에 퇴영을 선언하고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낮 최고 기온은 35도로 폭염과 열대야는 지속됐습니다.


영국은 '힘든 결정이었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 조기 퇴영하기로 했다'고 전합니다.


떠나는 영국을 위해 김 장관은 '조직위 차원에서 이동할 수 있는 운송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국의 공식 퇴영 선언 이후 참가국과 주최 측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서로를 맹비난하기 시작합니다.


리히텐슈타인은 '조직위는 빠지고 여가부가 세계연맹과 함께 화장실과 폭염 문제 등을 해결하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합니다.


포르투갈은 '참가자들이 왜 떠나는지 아냐'며 '리더십 부재와 운영 부실 때문'이라고 비난합니다.


호주는 '아예 잼버리를 중단하라'고 말합니다.


이에 한국연맹 이항복 야영장은 '1년 전 세계연맹 측에 잼버리 대회를 늦추자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문제의 원인을 세계연맹 측에 돌리고 이에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는 WHO 전문가의 말을 근거로 거절했다'고 맞받아칩니다.


이항복 야영장은 '장비를 모두 반납하고 나가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내부 분열이 걷잡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이 외에도 아이슬란드는 '그늘을 더 만들어달라', 알제리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구급차가 늦게 온다', 이탈리아는 '셔틀버스를 늘려달라' 파라과이 역시 '이동 수단이 부족하다'며 운송 수단 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합니다.


(전주MBC 자료사진)
 

■ 대회 6일차(8월 6일) '성범죄에, 술에, 마약에..' 방치된 아이들


성범죄 논란으로 한국 대원 80여 명이 공식 퇴영한 8월 6일.


폭염은 지속됐고 아이들이 걸어 다니는 야영장 도로의 온도는 50도였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조직위가 온도를 낮추려 끊임없이 길에 물을 뿌리던 상황.


세계연맹 소속 세이프프롬함(Safe from Harm)팀은 '심각한 35건의 사건이 접수됐고 최소 300건이 넘는 심리 상담이 진행됐다'고 발표합니다.


'가장 많은 사례는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른 성추행이었고 다음은 해변 파티 등에서 술을 마신 뒤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밝힙니다.


대회 기간 성인, 청소년 참가자 모두 술을 마실 수 없는 원칙에도 인근 해수욕장에서 벌어진 비치파티에서 다수가 술에 취해 숙영지로 돌아온 사례를 포함한 겁니다.


이날은 한국 대원 일부가 태국인 남성이 여자 샤워실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불안함을 느낀다며 공식 퇴영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고를 받았음에도 조직위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샤워실 사건 외 성범죄 신고를 접수한 게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습니다.


결국 세계연맹은 '오늘(6일) 예정됐던 K-팝 콘서트는 연기됐다'고 공지합니다.

 

이 외에도 전쟁 중에 대회에 참여한 우크라이나가 '한국 군인들이 야영장 경계선을 지키지 않아 불안하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늘막을 설치하기 위해 군용 트럭들을 몰고 와 공병대가 동원된 지 나흘 차였습니다.


또 외부인이 '종교적 엽서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행위'에 대해 '위험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취재진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돼 있던 야영장에 정작 외부인들이 출입해 선교활동을 벌인 겁니다.


노르웨이와 루마니아는 '덩굴터널에 조명을 설치해달라', 한국은 '셔틀버스가 부족하다' 등 대회 전날 부터 지적돼 왔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전주MBC 자료사진)
 

■ 대회 7일차(8월 7일) '이번엔 태풍이다' 전원 조기 퇴소..피난 앞둔 듯한 마지막 회의


'태풍이 한반도를 향하고 있었고 9일쯤 야영장에 영향을 끼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세계연맹과 한국 정부는 조기 철수하기로 동의했다며 참가국들에게 알립니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참가국들은 각각 '어디로 이동해서 묵는 건지 알려달라', '아이들이 먼저 출발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 '다음 회의는 언제냐' 등 빗발치는 요구와 질문에 '게시판을 통해 공지하겠다'는 말로 회의는 서둘러 마무리됩니다.


다음날 12시간 만에 참가자들이 모두 빠져나간 부안 새만금 야영장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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