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를 직접 충돌하지 않았지만, 놀라 넘어져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5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중구의 한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주차된 차량 사이에 서 있던 75살 A 씨가 무단횡단하려 튀어나왔다가 후진하던 B 씨의 차량과 마주쳤습니다.
이 도로는 시장통으로 1차로와 3차로에 다른 차량들이 주차돼 복잡한 상황이었습니다.
B 씨의 차량을 보고 깜짝 놀란 A 씨는 뒷걸음질하다 넘어져 오른쪽 팔뚝뼈가 부러지는 전치 10주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차량과 직접적인 물리적인 접촉은 없었습니다.
검찰은 해당 장소가 보행자가 자주 무단횡단을 하는 곳으로, A 씨를 멀리서 발견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상해를 입게 하고 현장을 이탈했다며 뺑소니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로 B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 재판부는 "주차된 차량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와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예상해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 B 씨는 A 씨를 발견하고 충돌하기 전에 정차까지 했다"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어 "놀라 뒤로 넘어져 상해를 입을 것까지 예견해 대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검찰은 항소하면서 뺑소니 혐의 외에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습니다.
사고 후 즉시 정차해 다친 사람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항소심은 추가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해 B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B 씨가 교통으로 인해 A 씨에게 상해를 입게 하고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B 씨의 차량을 피하다가 상해를 입었던 점, B 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로 운전석에서 A 씨와 말다툼 후 그대로 운전해 간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습니다.
B 씨는 항소심의 유죄 판단에 불복해 상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