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경찰청
“서울중앙지검 검사입니다.”
“선생님 계좌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 세탁에 사용돼 현재 70건의 고소장이 들어와 있는 상태인데 수사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40대 의사 A 씨는 지난해 6월 이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이 사람은 A 씨에게 발부된 구속영장 문서 파일을 보내며 “이미 영장까지 나왔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 수사를 하고 협조를 잘 하면 약식 조사로 갈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A 씨는 수사에 협조하면 약식 조사만 한다는 말에 의심 없이 지시대로 메신저로 전달된 링크를 눌러 앱을 설치했습니다.
의심스러웠던 A 씨는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통화 상대방으로부터 계좌가 자금세탁에 사용됐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앱을 설치하면 경찰이나 검찰, 금감원 등 어느 곳에 전화를 걸어도 전화금융사기 일당에게 연결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입니다.
A 씨는 범죄 연루 여부를 확인하려면 재산 내역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에 속아 예금과 보험, 주식은 물론 은행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40억 원을 일당에게 넘겨줬습니다.
이후 일당은 경찰 수사로 붙잡혔으나, A 씨의 40억 원은 이미 해외로 빼돌려 찾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오늘(5일) A 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다’며 접근하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최근 크게 늘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올해 5월까지 발생한 전화금융사기 피해 7363건 중 기관 사칭 사례는 4515건으로 전체의 61.3%를 차지했습니다.
A 씨 사례처럼 최첨단 통신 기술을 도입한 전화금융사기가 출현하면서 직업·학력·경력과 무관하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범행 수법을 미리 숙지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인터넷 주소가 포함된 ‘미끼 문자’는 절대 확인하지 말고, 피해자가 걸고 받는 모든 전화를 전화금융사기 일당이 가로채는 ‘악성 앱’을 주의하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속 수사 등을 언급하며 수사에 협조하라고 압박하거나, 보안 유지를 들먹이며 주변에 얘기하지 말라고 종용하면 전화금융사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계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영장이나 공문서를 절대 문자로 보내지 않는다”며 “모든 전화나 문자는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