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논란으로 새로 제작한 ‘춘향 영정’을 두고 남원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영정 속 춘향 모습에 ‘덕성과 기품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다시 그리거나 90여 년 전에 제작된 최초 영정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남원시는 지난달 25일, 제93회 춘향제향에 앞서 춘향 영정 봉안식을 갖고 새 영정을 광한루원 춘향사당에 봉안했습니다. 

이 영정은 남원시의 위탁을 받은 남원문화원이 제작을 주도해 김현철 작가가 가로 94㎝, 세로 173㎝ 크기로 완성한 것입니다.  

영정 제작에는 1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어갔습니다.

남원시와 남원문화원, 김 작가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새 춘향 영정은 판소리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와 경판본 ‘춘향전’의 첫 대목에 등장하는 5월 단오일을 맞아 몸단장을 한 채 그네를 타기 위해 나오는 17세 안팎의 18세기 여인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준비과정에 남원에 있는 여자고등학교에서 추천받은 7명의 여학생 모습을 참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영정 모습이 공개되자 지역시민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남원시민사회연석회의는 어제(14일) 성명서를 내고 “새 그림 속 춘향은 도저히 10대라고 보기 힘든 나이 든 여성이다. 또 춘향의 덕성이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춘향 영정 봉안 문제에 대해 다시 객관적이고도 민주적인 공론 조사를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연석회의는 춘향제 기간인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시민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최초 춘향 영정과 새 영정의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참여자들이 선호하는 영정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최초 춘향영정이 1313표를 받은 반면, 새로 그린 영정은 113표에 그쳤습니다. 

(사진설명 : 1931년 제작된 최초 춘양 영전.(남원시 제공)
 

강경식 최초춘향영정복위시민연대 대표는 “새 영정은 남원 춘향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억지 춘향’이다”며 “평등과 민족정신, 항일의 의미를 담았던 최초의 영정을 복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남원시는 춘향사당에 봉안했던 춘향 영정이 친일 작가 김은호 화백의 작품으로 밝혀지자 2020년 10월 철거하고 새 영정 제작에 나섰습니다.

최초의 춘향 영정은 1931년 1회 춘향제를 맞아 강신호·임경수 작가가 그린 작품으로 30대였던 어사 부인의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전쟁 중에 일부가 훼손됐지만, 남원향토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