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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늘어나는 ‘애물단지’.. “빈집세 제안까지”
2023-06-13 7904
이정용기자
  jylee@jmbc.co.kr

사진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폐가에서 여자 두 명이 분신사바를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1분도 안 되는 유튜브 쇼츠(짧은 영상) 속 젊은 여성 두 명이 어두컴컴한 폐가에서 양손을 모아 맞대고 돌리면서 주문을 외웁니다. 분신사바는 일본에서 귀신을 소환하는 주술 행위입니다. 이 짧은 영상은 게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2만 명이 넘게 봤습니다.  


‘분신샤바 쇼츠’를 뒤로 하고 스크롤을 조금만 내리면 연관 동영상으로 나오는 ‘무당도 놀란 흉가’. 자극적인 제목에 저절로 손이 갑니다. 거미줄이 처져있는 녹슨 철제 대문을 열고 들어가 손전등을 켜면 허리 높이의 잡초가 우거져있습니다. 석면 슬레이트 지붕 바로 밑. 반쯤 열려 있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갑니다. 뿌연 먼지들 사이로 폐가구들과 쓰레기 더미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폐가는 ‘공포라는 감정’을 끌어내기 좋은 장소입니다. 폐가는 어느새 ‘사연이 서려 있는 흉가’로 변신합니다. 유튜버들이 ‘빈집’에서 지르는 ‘비명’은 돈이 됩니다. 


빈집 100채 중 15채 전북 밀집 


어디까지나 폐가 체험을 콘텐츠로 하는 유튜버들의 얘기입니다. 빈집은 농어촌지역 지자체에게 다른 의미의 ‘공포’로 ‘비명’을 지르게 합니다.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 지역 불균형 등으로 빈집은 농어촌지역에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빈집을 관리하거나 철거하려고 해도 집주인이 거부하면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사유재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빈집이 전국적으로 13만여 채에 달합니다. 특히, 전북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전북에 빈집은 2만여 채입니다. 100채 중 15채가 전북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빈집’의 기준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주택입니다. 간혹, 이런 빈집이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등장하는 ‘슈퍼’는 수년간 빈집이었습니다. 다만, 전북의 전체 빈집 2만여 채 중 이런 사례는 1채입니다. 


“빈집 문제에 돈 그만 쓰고 세금 걷자”  


전북을 포함해 전국의 지자체들이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빈집을 없애거나 고쳐쓰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빈집 1채를 고치기 위해 최대 7천만 원까지 투입되고 있습니다. 도시민이 빈집을 매입하면, 재단장 비용을 최대 3천만 원까지 저리에 지원하기도 합니다.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빈집은 매년 늘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빈집을 방치한 집 주인에게 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충남의 한 지자체는 ’빈집세‘를 걷어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지방 행정력으로는 빈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인데요. 미국과 영국은 이미 빈집세를 부과하고 있고, 일본의 한 지자체도 빈집세를 걷기 위한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빈집세에 대한 반응 중 눈에 띄는 댓글이 있습니다. “시골 동네가 귀곡성이 돼가고 있는데. 팔라고 해도 쓰러져가는 집 팔지도 않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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