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제사 주재는 유족 간 합의가 없으면 '남녀 상관없이' 가장 가까운 직계비속 중 최연장자가 맡는다는 다소 파격적인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아들에게 우선권을 주었던 '제사 주재자'의 대법원 판례가 15년 만에 깨진 것입니다.
대법원은 오늘(11일) 숨진 A 씨의 유족 간 벌어진 유해 인도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제사 주재자는 공동상속인 간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 주재자로 우선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숨진 A 씨는 1993년 혼인해 슬하에 아들 없이 두 딸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외도를 저질렀고, 내연녀 B 씨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남편 사망 후에는 아들이 있는 B 씨 주도로 장례식이 진행됐고, 망인의 유해를 한 추모공원에 봉안했습니다.
이에 A 씨의 부인과 두 딸은 '추모할 권리'를 되찾고 싶다며 유해 인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심은 모두 법률상 A 씨의 배우자나 딸이 아닌 B 씨 아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제사 주재자의 지위는 아들에게 우선된다는 전통에 따른 판단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2008년에는 "망인의 공동상속인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 내지 장손자가,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재사 주재자가 된다"고 판결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기존의 판결을 뒤집은 것입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래 남성 중심의 가계 계승을 중시한 적장자 우선의 관념에서 벗어나 헌법 이념과 현대사회의 변화된 보편적 법의식에 합치하게 됐다는 점에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