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최근 전주MBC가 보도한 공무원 대상 고향사랑기부금 모집 강요 논란으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제도 시행 100일을 넘겼지만, 자발적인 참여는 많지 않고 지자체마다 실적을 채우기 위한 편법이 난무한다는 지적인데요,
제도가 애초부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구조여서 이 기회에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연초부터 너나할 것 없이 홍보를 열을 올렸던 고향사랑기부금.
임실군이 3달 동안 3억 원을 모금해 어느 지자체보다 앞서 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3천만 원 책정된 관련 홍보 예산으로 10배인 3억 원을 거둬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직원들에게 매주 실적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임실군 관계자]
"지역에 많이 도움이 되니까 기부할 수 있도록 좀 협조를 해달라 이렇게 많이 하긴 했죠. "
이런 강요 논란은 임실뿐 아니라 익산시 등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익산시 관계자]
"집중 홍보기간을 운영을 하고 그 기간동안에 전직원들이 홍보를 하는 거죠. 전국적으로 실적 압박이 있는 건 잘 아시죠?"
사실이 폭로되면서 공직사회는 술렁이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행정 내부망에는 '고향사랑기부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이냐'는 게시글까지 올라왔습니다.
'실효성있는 제도인지 의심된다', '젊은 공무원의 적은 월급을 갈취해간 것'이라는 공무원들의 날선 반응도 댓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고향사랑 실천과 기부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를 지향했지만, 시행 100일만에 공무원 쥐어짜기 논란으로 비화된 건데 이미 예견된 일입니다.
[한창훈 / 전라북도 공무원노조 위원장]
"관심 부족으로 결국 공무원을 동원해서 실적을 올리려는 탁상행정이 예견됐던 것으로써 노동조합에서는 앞으로도 철저한 감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실적 채우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것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고향사랑기부제는 10만 원까지만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그 이상은 공제율이 16.5%로 크게 떨어집니다.
연간 최대치인 500만 원을 기부해봐야, 돌아오는 공제 혜택은 고작 90만 원이 전부입니다.
딱 10만 원만 기부하라는 말과 다름 없는 것,
실제 지자체 모금 결과를 봐도 10만 원 이하 소액 기부가 대부분이어서 1달 모금액이 많아봤자 1억 원에 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지자체마다 건수 경쟁에 열을 올리며 공무원에게 실적을 요구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방상윤 / 전라북도 자치행정과장]
"세액공제 한도액도 늘려주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면 아무래도 기부에 참여하는 수가 많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고향사랑기부 제도가 강요 논란에 직면한 건 정부 책임도 있습니다.
기부를 강요하거나 적극 권유하는 행위를 엄벌하겠다는 법 조문만 만들었을 뿐,
금지 행위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현장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
"사례가 쌓이면 적발사례, 이런 식으로 매뉴얼을 또 해야 되는 거예요. 아시다시피 초기다 보니까 지금은.."
제도 시행 100일을 맞았지만 과열 경쟁에 강요 논란만 야기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제도 안착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홍보 방식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 해석도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