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은행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소액의 자금을 빌려주는 곳이 있습니다.
"모두의 곳간"이라는 사업인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신협의 지원이 토대가 됐습니다.
전주 평화동 지역 공동체 유지에 버팀목이 되는 "모두의 곳간"을 고차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몇 해 전 부인을 요양병원에 보내고 홀로 사는 서인석 할아버지.
지난해 할머니에게 필요한 간식과 대용식을 살 돈이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파트 단지 내 복지관을 찾았고, 다행히 30만 원을 빌려서 어려움을 해결했습니다.
[서인석 / 전주시 평화동 2가]
"있는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없는 사람들한테는 참...지인들한테 빌리려면 쉽게 얘기해서 아쉬운 소리를 많이 해야지요"
할아버지가 도움을 받은 곳은 학산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모두의 곳간",
2019년부터 발행된 공동체 화폐 꽃전과 그동안 모은 기부금 등을 종잣돈으로 2021년 첫발을 뗐습니다.
꽃전 유통 수수료를 모아 만든 300만 원과 신협의 기부금 300만 원, 그리고 차곡차곡 모은 주민 후원금 150만 원이 종잣돈이 된 겁니다.
첫해에는 매월 5명이 30만 원까지 빌려 갔고, 형편에 맞게 짠 계획에 따라 3개월에서 10개월까지 나눠서 갚게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8개월간 40명이 이용했는데 빌려준 돈의 99%가 회수됐습니다.
[노미나 / 지역복지 활동가/학산종합사회복지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주민분들이) 나를 믿고 빌려줬으니 나도 여기를 믿고, 여기를 가장 우선적으로 갚고 싶다(고)"
이처럼 효과가 좋자, 신협이 지난해 1,000만 원을 추가로 기부하면서 월 수혜자는 1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복지관은 평화동 2가 지역 내 70개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공동체 화폐 꽃전과 현금을 반반씩 섞어서 빌려줍니다.
동네에서 구매 가능한 물품은 꽃전을 사용하도록 해서 이웃간에 서로 돕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노미나 / 지역복지 활동가/학산종합사회복지관]
"내가 위급한 상황일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도와주는 기관이 있다 라는 그런 마음을 가지게끔"
절실한 사람에게 소액을 빌려주지만, 금융이라고 불리기를 거부하는 "모두의 곳간"이 공동체의 온기를 되살리는 불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MBC 뉴스 고차원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김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