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게다가 시행사인 자광이 공사를 서두르다 보니 졸속으로 공사가 진행됐고 결국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연일 쏟아진 폭설과 한파에 철거 업체가 공사 개시 연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 겁니다.
이어서 정자형 기자입니다.
◀리포트▶
추락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29일,
며칠 전까지도 적설량 15cm의 폭설이 쏟아져 눈 피해가 속출하던 때입니다.
사고 현장에도 폭설과 한파로 녹지 않은 눈이 곳곳에 쌓여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철거 공사는 강행됐습니다.
눈이 녹고 난 뒤에 공사를 시작하자는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됐습니다.
한 공사 관계자는 "철거업체가 안전을 이유로 날이 풀리는 1, 2월쯤으로 공사를 미루자고 했지만 자광 측의 계약 이행 요구에 작업이 진행됐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공사 현장 관계자]
"겨울에, 지붕 위에 올라가서 작업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안전한 것은 아니잖아요. (철거업체가) 미루자고 한 것은 있어요. 그런데 시행 쪽에서도 계약대로 이행하라고 하면 계약을 이행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심지어 실제 현장에 투입된 하청업체와 철거업체 사이에 계약서도 작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두 계약으로 서둘러 철거가 개시됐습니다.
공사 시작 이틀 만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려기 위해 안전을 도외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임영웅 /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북본부장]
"'외줄 비계'를 맬 수 있다고 한다면 '쌍줄 비계'도 설치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하면 시간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들고 그렇기 때문에 외줄 비계를 설치했다고 밖에...."
발주처인 (주)자광은 그러나 공사를 미루자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서두른 적이 없다는 입장,
또 시행사가 답변할 내용이 아니라며 책임을 철거업체에게 미루고 안전조치 준수 의무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습니다.
[자광 관계자]
"저희가 서둘러서 독촉하거나 그런 바 없고요. 그렇게 들은 바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외줄 비계를 왜 쓴 거예요?) 시공사에서 답변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거는...."
153층 높이 타워와 상업시설을 건설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겠다며 도지사와 시장까지 초청해 철거의 시작을 알렸던 자광,
정작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무시한 공사 현장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단순한 유감 표명 외에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MBC 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함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