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하늘이 뚫린 듯 쏟아부었던 폭설이 멈추고, 도심 거리는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촌은 사정이 다릅니다.
전북에서만 비닐하우스 수백 동이 무너지는 등 폭설의 흔적이 그대롭니다.
본격적인 복구는 눈이 녹아야 진행될 수 있어 농가들의 시름이 깊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현장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지난주 비닐하우스 안에 참외 모종을 심을 예정이었던 농민 이헌구 씨.
모종 심기는 커녕 폭설에 비닐하우스까지 잃고 말았습니다.
연일 쏟아진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한 비닐하우스 절반 이상이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무너진 비닐하우스 사이로 허리까지 쌓인 눈을 삽으로 치워 보려해도, 추운 날씨 탓에 눈이 단단히 얼어버려 쉽지 않습니다.
[이헌구 / 정읍시 소성면]
"3일 연속 계속 와버려가지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어요. 완전히 허망하지. 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그러져 버렸으니깐."
같은 날, 인근의 한 축사도 폭설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 20여 마리가 생활하던 축사 1개동 슬레이트 지붕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종잇장처럼 구겨진 겁니다.
급한대로 소들을 옆에 빈 축사로 옮겼지만 복구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웅빈 / 정읍시 소성면]
"소들이 놀라가지고 먹지를 않죠. 소를 좀 옮겨놨거든요. 이쪽이 무너질까봐. 눈이 녹아야 복구가 되니깐."
비닐 온실 곳곳이 내려앉은 레드향 농가도 수확을 앞둔 과일들이 얼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김훈석 / 정읍시 북면]
"눈이 이대로 주저 앉으면 확 주저 앉아버리기 때문에 나무라도 살리기 위해서 지금 군데군데 1m 간격으로 물구멍 뚫어 놨어요."
지금까지 전라북도에 접수된 시설 피해 건수는 비닐하우스 306동, 축사 72동 등 400여 동에 육박합니다.
지자체마다 피해 농가들을 방문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시설 복구는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A 지자체 관계자]
"눈이 지금도 안 녹아있어서. 어느 정도는 치워주고 녹아줘야 사람이 작업을 할 거 아니예요."
조만간 이 지역에 다시 눈발이 날리겠다고 예보되면서, 피해 농민들은 막막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MBC 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진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