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역 여성계가 오늘 전라북도 문화관광재단이 예산을 지원한 한 연극을 문제 삼아 집회를 열었습니다.
과거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던 교수가 연출한 연극에, 그것도 수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인데요,
재단 측은 뒤늦게 재발 방지 대책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여성단체 회원 30여 명이 전라북도 문화관광재단 앞에서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던 도내 모 대학교수가 연출한 작품에 재단 측이 7천4백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는데 어찌된 일이냐는 지적입니다.
'미투' 과정에서 법적 책임조차 묻지 못한 숨죽인 피해자가 아직 여럿 있는데 공적 자금까지 지원받은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겁니다.
[김형선 사무국장 / 전북여성단체연합]
"반성도 없는 가해자가 일상으로 이토록 쉽게 돌아오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미투가 있었음을 알면서도 가해자가 그 위력을 유지하도록 직간접적으로 돕는 이들은 각성하라."
문제의 인물은 도내 모 대학에서 연극을 가르쳐온 한 교수,
해당 교수는 2020년 동료 교수와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당시 법정구속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8개월 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 결과가 뒤바뀌었습니다.
피해자와 카페에서 만난 뒤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샀다는 사실이 카드 내역에서 확인됐지만,
피해자가 해당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겁니다.
이동 경로가 배치되지 않는 데다 시간이 지나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고 봤던 1심 재판부와는 정반대로 판단해 논란이 컸습니다.
이런 논란의 교수가 학교에 복귀한 뒤 슬그머니 연출자로서 활동을 개시한 것,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재단 측은 지원 단체 선정 시 극단 측이 연출자를 '미정'인 상태로 신청해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지급된 예산을 환수할 방법은 없지만, 뒤늦게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류상록 본부장 / 전북문화관광재단]
"그런 예술가를 옹호할 생각도 없고요. 과오는 인정하고 책임을 총책임자인 제가 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도적으로 심사를 할 때 (연출가가) 미정인 상태로 하지 않게 내년부터는...."
해당 교수를 제명했던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도 극단 회원들이 '미투' 가해자와의 협업 금지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며 대책을 논의 중입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