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콤바인을 몰던 한 농민이 밭에서 벼베기 작업을 하다 충돌 사고를 입었습니다.
황당하게도 논바닥에 누워있던 폐 전봇대와 부딪친건데요.
수리비로 날린 돈이 천만 원이 훨씬 넘는데 책임자로 의심되는 한국전력과 KT,
모두 자기 탓이 아니라고 하고 있어 농민 속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21일 윤병기 씨는 콤바인으로 논에서 벼를 수확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콤바인이 논 가장자리로 접어들었을 무렵 굉음을 내며 어딘가에 강하게 부딪쳤습니다.
작업을 멈추고 확인해보니 논 바닥엔 전봇대 하나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콘크리트 재질의 전봇대는 길이가 16미터에 달했는데, 벼에 가려 볼 수 없었던 윤 씨의 콤바인이 들이받은 겁니다.
[윤병기 /농민]
"탁 하고 소리가 나요. 시동 끄고 내려와서 보니깐 풀 때문에 안 보여요. 풀을 제쳐보니깐 이 전봇대가."
사고로 콤바인 엔진이 심하게 부서졌고, 수리비는 1,800만 원이나 들었습니다.
농가들의 벼 수확을 전문적으로 대행하며 주 수입으로 삼던 윤 씨는 한창 일해야 할 4일 동안 일을 쉬어야 했습니다.
손해가 막심했던 윤 씨는 전봇대가 어디서 나왔는지 찾아봤는데, 지금까지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문제의 전봇대가 오래 전부터 논두렁에 쓰러져 있었는데, 어떻게 논으로 들어갔는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전주를 주로 사용하는 한국전력공사는 다른 설비가 부착돼 있다며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전력공사 고창지사 관계자]
"저희가 사용하지 않는 설비가 부착이 되어있기 때문에 저희 것은 아니다라고 안내를 해 드렸고."
통신선을 관리하는 KT 역시 자사의 것이 아니라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KT 고창지사 관계자]
"저희가 전주를 건식하거나 작업하는 것들은 7미터하고 8미터짜리밖에 없어요."
이동통신사나 농가에서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 방치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어느 누구도 경위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
가을철에 일해 한해를 살아가는 윤 씨는 막심한 손해를 놓고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야속하다고 말합니다.
MBC 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