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학생들의 급식을 대량 조리하는 노동자들에게서 폐질환 발병이 유난히 많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리실 내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폐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한범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주의 모 초등학교 급식조리실,
가스레인지와 인덕션 위쪽으로 유해물질을 내보내기 위한 환풍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 환풍구의 풍속은 0.32m/sec,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제시한 풍속 기준 0.5m/sec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나마 이곳은 신설 학교여서 상태가 나은 편입니다.
도내 학교 20곳을 표본으로 뽑아 점검을 해봤더니, 대부분 학교에서 환풍기 풍속이 더 약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현숙 /학교 급식 영양사]
"여기(가스레인지)서 나오는 유독가스, 그런 것 때문에 폐 질환에 더 쉽게 노출되고... 그래서 이렇게 인덕션으로 (교체하는 추세입니다.)"
열악한 환기시설로 인한 피해는 급식실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전국 6개 시도 교육청에서 지난 8월까지 급식 조리 종사자 약 6천 명을 대상으로 건강 검진을 실시한 결과, 전체 1.02%인 61명이 폐암이 의심되거나 매우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2019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폐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37.4명으로 0.037%,
수치로만 비교할 경우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가능성이 28배 정도 높은 것입니다.
전북 지역에선 이제야 도교육청의 지원으로 급식 노동자 2천6백 명에 대한 CT 검사가 이뤄지고 있어 정확한 실태를 알 수 없습니다.
[고은희 사무국장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
"(전북교육청이) 올해는 이만큼, 내년에는 이만큼, 언제까지 (환기시설을) 모두 바꾸겠다, 그 로드맵을 공개적으로 밝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노조 측은 조리기구와 환기장치의 거리를 가깝게 조정하는 등 시설개선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로는 조리원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한범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