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장수 벧엘장애인의집'은 지난 2019년, 운영을 맡은 이사장의 성추행과 노동착취 문제가 드러나 공분이 일었죠.
그런데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문제의 이사장이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가해자 엄벌도, 피해 장애인에 대한 배상 문제도 난관을 만났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장수군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인 '벧엘장애인의집'..
3년 전 입소 장애인들에 대한 강제추행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피해 장애인(지난 2019년 8월)]
"여기 얼굴 맞고, 여기 맞고, 여기 맞고.. (쇠파이프 같은 것으로 주로 맞고 그랬지 OO 목사한테..)"
검.경이 수사에 나섰고 가해 혐의자인 사회복지법인 벧엘장애인의집 이사장 서 모 씨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중증 장애가 있는 입소자 16명을 때리거나 강제 추행하고 농장에서 강제 노동을 시킨 것도 모자라, 이들의 생계급여까지 가로채는 등 여러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시작된 공분에, 국회에서도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진선미 /국회의원(2019년 10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이 건 한번 생각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벧엘장애인의집 인권침해 사건 알고 계시죠?"
결국 지난해 1심에서 장애인강제추행과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서 씨.
법정구속은 피하면서 불구속 상태로 2심 재판이 이어졌는데,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 서 씨가 사망한 겁니다.
재판부는 더 이상의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형사재판 결과를 토대로 가해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에 나서려던 피해자들은 난감한 상황이 됐습니다.
[양은주 /장수 벧엘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잘못한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됐던 사건인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이 한계로 보이고요."
장수군청 관리체제에 들어간 '벧엘장애인의집' 법인을 청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난항이 예상됩니다.
법인이 소유한 땅이 배상에 활용될 수 있지만, 소유권을 놓고 법적 분쟁에 휘말린 땅이라 처분이 어렵기 때문에 피해 회복 역시 막막해진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서 씨의 아내는 법원 최후변론에서 자신은 장애인을 때린 게 아니라 훈계했고, "진정한 피해자가 누군지 판단해달라"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MBC 뉴스 조수영입니다.
- 영상취재 : 진성민
- 그래픽 :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