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하늘길이 닫히기 이전, 동남아 일부 국가들은 열성 골퍼들에게 '골프 천국', '황제 골프'라는 수식어로 표현될 만큼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방콕과 파타야, 치앙마이 등으로 대변되는 태국이나 마닐라, 클락, 세부 등지로 잘 알려진 필리핀, 그리고 호찌민과 다낭을 품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가히 방방곡곡에 골프장이 즐비한 것처럼 느껴졌죠.
그러나 놀랍게도 태국의 전체 골프장 개수는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 전체의 골프장 개수는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 세계 골프장은 몇 개나 될까?]
지난 2011년부터 영국왕실골프협회인 R&A는 그동안 어느 누구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를 구상합니다.
72억 명의 세계 인구 중 몇 명이 골프를 치는지, 그리고 세계 2백 여 국가에는 몇 군데의 골프장이 있는지를 계산해 보기로 한 것이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지난 2020년 말을 기준으로 전 세계 251개 국가들 가운데 206개국에 38,081개의 골프장이 있고, 이 가운데 80%의 골프장들은 단 10개국(한국 포함)에 집중되어 있다고 합니다.
골프장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역시 미국으로 무려 16,156개, 전체 골프장의 42%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이어서 일본이 3,140개로 골프의 발원지인 영국 3,101개 보다도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810개로 전 세계에서 8위, 아시아권에서는 2위에 달할 만큼 골프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가장 빠르게 골프인구가 증가하는 중국은 617곳이 있지만 물 부족과 개발 제한을 이유로 골프장 건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골프천국' 동남아는 과연 골프장이 많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유명 관광지 중심으로 둘러보는 관광객들의 시선에서는 이곳저곳 모두 골프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태국의 골프장은 방콕과 파타야, 치앙마이와 후아힌, 그리고 푸켓 등을 망라해도 312개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죠.
이어 말레이시아가 243개, 인도네시아가 170개, 필리핀 131개, 미얀마 117개, 대만 88개, 베트남은 86개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가 변수가 된 골프산업]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슬럼프와 맞물려 골프산업은 2010년대 중반 성장의 정체를 겪었습니다.
4시간 이상 소요되는 라운딩 시간과 오프라인에서 4명 안팎이 동선을 공유해야 하는 활동 패턴이 온라인과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들의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자연히 신규 소비자의 시장 유입이 제한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894년 골프시장에 뛰어들었던 나이키는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맥길로이 등 세계적인 스타를 영입하며 활발한 마케팅에 나섰었지만 결국 2016년 용품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아디다스 역시 지난 2016년 골프사업부문 자회사인 테일러메이드와 아담스, 애시워스를 매각하고 의류와 신발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그나마 야외활동이 제한적으로 자유로웠던 골프시장에 입문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동남아 황제골프를 잃어버린 열성 골퍼들도 국내 골프장 티오프 경쟁에 가세하면서 4만 원짜리 클럽 하우스 떡볶기 문제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된 것입니다.
국내 골프장들의 요금 폭리에 환멸을 느낀 골퍼들은 본격적인 동남아 시장 개방을 벼르고 있습니다.
다시금 국내 골프장들의 3+1, 식사와 음료 무료의 폭탄세일 문자를 받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